제주 학교 급식재료 입찰 불공정 의혹…교육청 실태조사

입력 2017-07-20 14:28
제주 학교 급식재료 입찰 불공정 의혹…교육청 실태조사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제주도 내 일부 학교 급식재료 입찰이 불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제주도교육청이 실태조사에 나섰다.





도내 유통업체 5곳은 지난 18일 도교육청에 이런 내용의 진정을 해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이들 업체는 급식 식재료 중 '공산품류'를 통합 발주하는 다른 학교들과 달리 일부 학교에서는 식재료 성격상 차이가 없는 '공산품'과 '기타가공식품'을 분리 발주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고 주장했다.

해당 학교에서 '기타가공식품류' 항목에 P브랜드 제품을 대거 포함시켜 P브랜드 제품을 유통할 수 있는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이들 업체의 주장이다.

이들 업체 측은 "제주에서는 P브랜드 제품을 제주시 A업체와 서귀포시 B업체 등 2곳만 받아서 유통할 수 있다"며 "공산품과 기타가공식품을 분리 발주한 경우에는 A·B업체가 다른 유통업체에 P브랜드 제품을 공급해주지 않아 다른 업체들은 입찰에 참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입찰에 A·B업체 두 곳만 참여하며 낙찰률도 높아지게 됐다. 실제 공산품과 기타가공식품을 분리 발주한 제주시 모 고교의 6월 입찰 결과를 보면 기타가공식품 입찰에 A·B 두 업체만 참여했고 투찰율은 A업체가 98.4%, B업체가 100.4%로 A업체가 낙찰됐다.

이에 대해 다른 유통업체들은 "대개 낙찰예정가의 90∼92% 선에서 낙찰이 이뤄지지만, 기타가공식품 입찰에는 두 업체만 참여해 96∼99% 선에서 낙찰이 이뤄진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에는 입찰 현품설명서에 제품을 특정할 수 있도록 했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eaT)을 통해 입찰에 참여할 때 쓰는 현품설명서에는 브랜드명을 입력할 수는 없지만 함량을 구체적으로 쓰면 원하는 제품을 특정해 요구할 수 있다.

도내 유통업체 5곳이 제기한 문제의 사례를 봐도 학교에서 함량을 구체적으로 적어 제품을 특정했다.

예를 들어 김(맛김)을 주문하면서 '김 50%(국산), 현미유(태국산), 들기름 6.4%(들깨, 중국산), 천일염...'이라고 쓰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납품업체·기업과 학교·영양사 간에 유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 지난 2월에는 식품제조업체들이 현품설명서에 자사 제품을 기재하도록 유도하며 자사 제품을 취급하는 대리점이 낙찰되도록 하고자 학교 영양사에게 상품권, 현금성 포인트를 제공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실제로 기타가공식품을 분리 발주하고 함량을 구체적으로 적어 제품이 특정되도록 한 제주시 모 고교 영양사는 "현품설명서를 구체적으로 적지 않으면 원하는 제품보다 질이 떨어지는 제품이 와도 문제를 제기할 수가 없다"며 "특정 업체나 브랜드를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도교육청도 "성분을 상세히 적지 않으면 저가의 제품이 납품되는 경우가 많으며, 공산품을 묶어서 입찰하면 일부 품목을 공급하지 못하는 업체들이 투찰하지 않아 유찰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다 보니 일부 학교에서 성분 표시를 상세히 적고, 일반공산품과 기타가공식품류로 나눠 발주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은 다만 제출된 진정에 대해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합리적 의심이며 문제 제기에도 공감한다"며 실태조사를 통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이달 중 학교별 급식 식재료 입찰 실태를 전수조사해 내달 초에 발표할 예정이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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