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이범호 "하늘이 주신 기회…우승, 간절하다"

입력 2017-07-20 09:02
KIA 이범호 "하늘이 주신 기회…우승, 간절하다"

"안치홍·김선빈 정말 잘해…강한 팀 자부심 있지만 자만은 금물"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여기에도 한 맺힌 사람 많습니다."

이범호(36·KIA 타이거즈)가 KIA 더그아웃을 크게 둘러본 뒤 말했다.

KIA는 2009년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 이후 팀에 합류한 이들은 우승에 대한 갈증이 크다.

2011년부터 KIA에서 뛴 이범호도 한 맺힌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래서 올 시즌이 더 간절하다.

19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만난 이범호는 "당장 (김기태) 감독님도 현역, 지도자로 우승하지 못하셨다"며 "우승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하늘이 주신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KIA는 19일까지 58승 29패(승률 0.667)로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이다. 10승, 20승, 30승, 40승, 50승에 모두 선착할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과시한다.

이범호는 "한두 명에 의존하지 않고 모두가 잘하고 있다. 누구든지 오늘 경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라며 "내가 봐도 현재 우리 팀 전력이 매우 단단하다"고 자부했다.

그는 "특히 안치홍, 김선빈은 정말 최고다. 이렇게 강한 키스톤 콤비를 만난 건 행운이다"라며 후배 내야수들을 칭찬했다.

이범호는 "나는 그냥 밥값을 하는 정도다. 젊은 선수들이 팀을 이끌고 나는 뒤에서 살짝 밀고 있다"고 몸을 낮췄지만, 그도 '강한 KIA 내야진'의 핵심 멤버다. 이범호는 타율 0.277, 11홈런, 45타점으로 활약 중이다.

특히 18일 넥센전에서 1-2로 뒤져 패색이 짙었던 9회 초 역전 투런포를 쏜 장면은 김기태 감독도 감탄할 정도였다.

이범호는 "젊은 선수들은 스치기만 해도 넘어가는 데 나는 정말 풀 스윙을 해야 홈런이 되더라"라고 웃었지만, 그에게도 당시 기억은 짜릿했다.

그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더 짜릿한 순간'을 맛보고 싶어한다.

이범호는 한화 이글스 소속이던 2006년 한국시리즈를 나섰고, 당시 준우승에 그쳤다.

그는 "당시에는 (우승팀) 삼성 라이온즈가 너무 강했다. 다들 열심히 했지만, 극복하지 못했다"고 곱씹었다.

올해 KIA는 강력한 전력을 과시한다. 이범호도 '가장 우승 확률이 높은 시즌'이란 걸 직감했다.

이범호는 "좋은 동료, 좋은 구단, 좋은 코칭스태프가 강한 팀을 만들었다"며 "나도 이제 은퇴하는 선배들을 보며 가슴이 찡할 때다. 2∼3년 뒤에는 그라운드에 없을 수도 있다. 은퇴하기 전에, 우승 기회가 온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최근 온몸으로 느낀다"고 했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다. 이범호는 "아직 57경기가 남았다. 우승을 확정할 때까지는 늘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인터뷰 말미, 나지완이 이범호 옆을 지나갔다.

나지완은 2009년 KIA가 우승을 확정한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쳤다.

이범호는 "한국 야구에서 가장 행복한 선수"라며 나지완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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