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절반 잠겼는데 천재지변?" 커지는 부실행정 '책임론'
폭우 109㎜ 내린 뒤 주의보 발령…침수 부른 범람 하천 관리부실 의혹
주민들 "늑장 대응이 화 키워" 단체행동…시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충북의 수부도시인 청주가 지난 16일 내린 폭우로 도심 곳곳이 물에 잠길 정도로 사상 최악의 피해를 본 것과 관련, 행정당국을 향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폭우가 원인을 제공했지만, 청주시의 늑장 대응과 관리 부실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청주시에 침수 피해 보상을 요구하겠다는 주민들의 단체행동 움직임까지 나타나면서 이번 수해가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라는 주장도 확산하고 있다.
20일 청주시에 따르면 시간당 9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는 등 300㎜의 비가 내린 지난 16일 청주시가 시민들에게 안전에 유의하라는 안내 문자 메시지를 처음 발송한 시각은 오전 8시 16분이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109.1㎜의 강수량을 기록한 뒤였다. 문자 메시지 내용도 북이면·오창읍에 산사태 주의보가 발령됐으니 안전에 주의하라는 것이었다.
가장 심한 물난리가 난 흥덕구 복대동과 비하동 일대가 물에 잠기기 시작, 경찰이 곳곳에서 차량 통행을 통제하고 나섰지만 이런 상황이나 침수 위험성을 알리는 청주시의 안내 문자 메시지는 이날 오전 내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재난방송 역시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나갔다.
청주시 직원들에게 동원령이 내려진 것도 이날 오전 10시 10분이었다.
청주 도심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무심천의 청남교 지점 수위가 4.4m에 육박, 범람 위기에 놓이자 그제야 비상소집령이 발령됐다.
청주시가 '늑장 대응'을 하는 동안 차량이 둥둥 떠다니고 주택·상가마다 물이 들어차는 등 도심 절반이 물에 잠겼다.
수해 시민들이 이번 수해가 '인재'라며 분통을 터트리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폭우로 지하 변전실이 물에 잠긴 탓에 나흘째 단전·단수의 고통을 겪고 있는 흥덕구 복대동 A 아파트의 입주민과 인근 주민들은 청주시의 치수행정 부실이 침수 피해를 가져왔다고 입을 모은다.
A 아파트 입주민들은 지난 16일 오전 8시께부터 하수도가 역류해 아파트 지하에 물이 차기 시작했지만 청주시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A 아파트를 포함해 이 일대 침수 피해가 컸던 데는 석남천 범람이 주된 원인이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서청주대교 보강 공사와 석남천 월류수 처리시설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쌓아둔 공사 자재가 물길을 막아 하천 범람을 가속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평소 청주시의 하천 관리가 부실했거나 안일했다는 얘기다.
입주민들은 청주시의 부실행정 책임을 묻겠다며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강경한 입장이다.
입주민들은 지난 18일부터 아파트 입구에 천막을 설치하고 '청주시의 하수관리 부실로 인한 침수 피해'에 책임질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 및 민원신청서 제출을 위한 입주자 서명을 받고 있다.
인근 비하동 주민들도 수해 복구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주민 서명을 받아 청주시에 보상을 요구하겠다고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주민은 "시청과 관할 구청에 전화해도 기다리라는 말뿐 누구 하나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며 "이번 수해는 자연재해가 아닌 청주시의 부실행정에서 비롯된 인재인 만큼 반드시 피해 보상을 요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청주시는 "석남천과 이어지는 미호천 수위가 급상승하면서 배수로가 막힌 석남천이 범람한 것이지 공사 자재를 침수 원인으로 볼 수 없다"며 "예상치 못한 기습호우로 인한 자연재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청주에는 지난 15∼16일 이틀간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1995년 8월 이후 22년 만에 겪은 홍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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