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부탁으로 학생 체벌한 복싱부 코치…처벌될까
경기도복싱협회, 자체적발해 신고…증거자료 위법 여부도 조사
(의정부=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수도권의 한 고교 복싱부 코치가 훈련과정에서 소속 학생 선수들을 체벌한 사실이 드러나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그런데 이 코치가 학부모의 부탁을 받아 학생들을 때렸다고 주장하고, 학생들도 코치의 처벌을 원치 않고 있어 경찰의 처분 결과가 주목된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 경기도 시흥시의 한 체육관에서 진행된 복싱 계체량(체급 경기 출전에 앞서 몸무게를 재는 절차) 도중 경기북부 소재 A고교 복싱부 소속 학생 2명의 몸에서 멍 자국이 발견됐다.
경기도복싱협회 소속 심판진은 B군 등의 허벅지 뒤쪽에서 검푸른 멍 자국을 발견해 경위를 조사하다가 A고교 복싱부 C코치가 학생들을 체벌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협회 측은 정확한 경위 조사를 위해 경찰청 117 학교폭력신고센터에 해당 내용을 신고했다.
문제는 체벌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C코치는 "학부모가 시킨 것"이라고 주장하고, 학부모와 학생들도 C코치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이다.
B군의 부모는 오히려 "내가 내 자식 사람 좀 만들어달라고 때려달라고 했는데, 왜 문제화시키느냐"며 심판진에 항의했다고 한다.
또 B군 등은 자신의 동의 없이 증거자료로 쓴다며 멍 자국이 든 신체 사진을 촬영한 협회 측을 문제 삼고 있다.
신고를 받은 경찰도 난감해졌다.
우선 C코치를 불러 사실관계를 조사할 예정이긴 하나, 피해자 쪽이 처벌 의사가 없다고 밝힌 만큼 '공소권 없음' 처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단순 폭행 사건은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히 하면 공소를 제기하지 못한다. 즉, 가해자를 형사 처벌할 방법이 없다.
경찰은 B군 등이 사진 촬영을 문제 삼은 만큼 이 행위가 성추행에 해당하는지도 조사해야 한다.
협회 측은 학부모나 학생의 동의 문제와 상관없이, 체육계에 만연해온 폭력 문제를 이번 기회를 통해서라도 자정하기 위해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조사와 별개로 협회 측은 조만간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C코치에 대한 징계 여부 및 수위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체벌 정황을 발견한 이상 신고하지 않는 것도 직무유기라고 생각했다"면서 "앞으로 이런 일의 재발을 방지하고 재미있고 공정한 복싱문화가 발전할 수 있도록 협회 측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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