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물난리 천재지변? 하천 부실관리 탓" 주민들 '분통'(종합)

입력 2017-07-19 14:00
수정 2017-07-19 14:02
"청주 물난리 천재지변? 하천 부실관리 탓" 주민들 '분통'(종합)

나흘째 단전·단수 아파트 주민들 "늑장대응이 화 키워"

주민들 집단행동 나서…청주시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폭우 때문에 발생한 천재지변이라고요? 비가 많이 오긴 했지만 당국의 늑장 대응도 원인입니다. 침수로 인한 피해 보상해야 합니다"

22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지하 변전실이 물에 잠긴 탓에 나흘째 단전·단수의 고통을 겪고 있는 청주의 한 아파트 입주자들이 청주시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단체행동에 나섰다.

주민들은 청주시가 하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빗물이 역류, 침수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사상 유례 없는 폭우가 원인을 제공했지만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아 화를 키웠다는 얘기다.

지난 폭우로 도심 절반가량이 물에 잠긴 점을 고려하면 침수 피해 주민들의 집단행동이 점차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A 아파트 입주민들은 19일 아파트 입구에 천막을 설치하고 '청주시의 하수관리 부실로 인한 침수 피해'에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 및 민원신청서 제출을 위한 입주자 서명을 받고 있다.

452가구가 사는 이 아파트는 지난 15∼16일 내린 폭우로 변전실이 있는 지하 2층까지 물이 찼다.

이 때문에 나흘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긴 상태다.

상당수 입주민은 친인척 집에 머물거나 인근 숙박업소에서 지내는 '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 인근 숙박업소 차지를 위한 '전쟁'이 벌어졌을 정도라는 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입주민은 승강기조차 작동하는 않는 불 꺼진 아파트에서 물을 길어다 쓰는 불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입주민들은 이번 사고가 자연재해가 아닌 청주시의 부실한 하수관리에서 비롯된 인재라며 피해 보상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6일 오전 8시께부터 하수도가 역류해 지하주차장에 물이 차는데 청주시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 입주민은 "시청과 관할 구청에 전화해도 기다리라는 말뿐 누구 하나 책임지려 하는 사람이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입주민은 "자연재해라면 주변의 아파트 모두가 피해를 봤어야 하는데 유독 우리 아파트만 침수피해를 봤다"며 "부실한 하수관리 등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아파트의 전기공급은 지하주차장 배수가 완료된 후 기계가 다 말라야만 정비가 가능해 빨라도 이틀 이상 소요될 것으로 한전 측은 전했다.



인근 비하동 주민들도 청주시를 상대로 단체행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인다.

석남천 범람으로 침수 피해를 본 이곳 주민들은 복구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주민 서명을 받아 청주시에 보상을 요구한다는 사전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서청주대교 보강공사와 석남천 월류수처리시설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쌓아둔 공사자재가 하천 범람의 한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청주시가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청주시는 "석남천과 이어지는 미호천 수위가 급상승하면서 배수로가 막힌 석남천이 범람한 것이지 공사자재를 침수 원인으로 볼 수 없다"며 "예상치 못한 기습호우로 인한 자연재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청주에는 지난 15∼16일 이틀간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1995년 8월 이후 22년 만에 겪은 홍수였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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