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공약 어떻게 바뀌었나…큰 줄기 살리고 현실 맞게 '개보수'
외교통상부 복원 공약→산업부에 통상 남기고 '통상교섭본부' 설치
대통령 경호실 경찰청 산하 이관→청와대에 남기되 경호처로 조정
육아휴직급여·기초연금·통신료 인하 등 일부 조정
전속고발권 단계적 폐지로 완화…가야사 연구 추가돼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의 인수위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을 구체화하고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세밀하게 가다듬는 역할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공약이 그대로 5개년 계획에 반영된 경우도 있지만, 일부 공약은 수정·보완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통상 부문을 분리해 외교부로 이관하겠다고 공약했으나, 국정기획위 논의 결과 통상 기능은 그대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남게 됐다.
대신 차관급 '통상교섭본부'를 설치해 통상교섭 업무의 전문성 제고 및 무역정책과의 연계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통령 경호실을 폐지하고 경찰청에 경호국을 신설하는 공약 역시 일부 수정됐다.
문 대통령은 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에서 대통령 직속 경호실 폐지, 경찰청 산하 '대통령 경호국'으로 위상을 조정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국정기획위는 경호실을 청와대 조직으로 남기되, 경호실의 명칭을 경호처로 변경하면서 수장의 직급을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하향하기로 했다.
국정기획위 측은 현시점에서 경호실을 경찰청 경호국으로 옮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보고 대신 열린 경호와 낮은 경호를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육아휴직급여 상한액은 대선 당시 월 200만원을 공약했으나, 국정기획위는 월 150만원을 상한액으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현행 통상임금의 40%인 육아휴직급여를 출산 첫 3개월간 80%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이는 그대로 국정기획위의 국정과제에 반영됐다.
그러나 현행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육아휴직급여 상한액은 150만원으로 줄었다.
일부 공약은 속도조절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문 대통령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는데 국정기획위는 전면 폐지가 아닌 단계적 폐지를 제시했다.
국정기획위는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개선 TF를 구성·운영해 의무고발요청기관 확대, 공정위 소관 일부 법률에서 전속고발제 폐지 등 종합적 개선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통신비 인하 대책도 일부분 수정됐다. 문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월 1만1천원인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를 약속했으나, 국정기획위가 마련한 100대 국정과제에서는 기본료 폐지가 빠졌다.
대신 현행 20%인 선택약정 할인율을 25%로 확대하고 공공 와이파이(WI-FI) 확대, 보편적 요금제 도입 등의 대안이 제시됐다.
문 대통령이 공약한 기초연금 인상은 큰 틀에서 국정과제에 반영됐지만 미세 조정이 가해졌다.
문 대통령은 소득 하위 70% 노인을 대상으로 2021년까지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씩 균등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는데, 국정기획위는 이를 조기 확정했다.
그러나 국민연금과 연계해 기초연금 급여가 조정되는 경우를 없애고 기초연금을 '균등 지급'하기로 한 부분은 기초연금액 산정 방식에 대한 규정 개정 등이 필요한 점을 이유로 논의를 더 하기로 했다.
카드 수수료율 관련 공약도 부분적으로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0.8%의 우대수수료 혜택을 받는 영세가맹점 기준을 현재 연 매출 2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하고, 1.3%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중소가맹점 기준을 연 매출 3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국정기획위의 국정과제에 그대로 반영됐으나, 현재 1.3%인 중소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을 1.0%를 목표로 점진적으로 인하하겠다는 공약은 2018년 이후 원가 재산정 작업을 거쳐 종합적인 개편방안을 마련하면서 다루기로 했다.
대선공약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추가된 내용도 있다. 바로 문 대통령이 특별히 국정과제에 포함해달라고 주문한 가야사 연구다.
국정기획위는 67번째 국정과제인 '지역과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활문화 시대'의 세부실천 과제 중 하나로 '가야 문화권 조사·연구 및 정비 등'을 넣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가야사 연구 복원은 영호남 공동사업으로 할 수 있어서 영호남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사업이 될 수 있다"며 "국정기획위가 놓치면 다시 과제로 삼기 어려울 수 있으니 이번 기회에 충분히 반영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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