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남은 숨구멍도…중국내 왓츠앱 대거 통신차질

입력 2017-07-19 10:21
그나마 남은 숨구멍도…중국내 왓츠앱 대거 통신차질

공산당대회 준비·류샤오보 타계 속 암호화된 메신저 차단



(홍콩·서울=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김정은 기자 = 최근 당국의 통신 검열이 강화된 중국에서 페이스북의 암호화 메신저 '왓츠앱' 서비스가 광범위한 통신 차질을 빚었다는 사용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고 AP통신과 블룸버그통신이 19일 전했다.

다수의 중국 내 왓츠앱 사용자들은 18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하지 않으면 해당 앱에 부분적으로 접속이 되지 않았다고 알렸다.

17일 밤부터 18일 밤까지는 사진과 오디오 클립, 동영상이 전송되지 않는 등 해당 앱이 부분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인터넷 주권' 확보를 명분으로 인터넷 검열시스템인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을 통해 구글과 페이스북, 유튜브 등 상당수 외국 사이트 접근을 막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내 외국계 기업이나 해외 언론매체, 차단 사이트 이용을 원하는 인터넷 사용자들은 VPN 서비스를 이용해 우회해 접속한다.

이번 왓츠앱 통신 차질은 중국에서 정치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빚어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은 올가을 국가 지도부를 임명하는 제19차 공산대회를 앞두고 최근 들어 인터넷 검열과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3일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가 타계하자 포털사이트와 소셜미디어 등 인터넷상에서 그와 관련한 정보를 모두 차단하며 정보통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많은 이들이 왓츠앱이 중국 당국 인터넷 단속의 마지막 희생물이 된 것 같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왓츠앱은 중국 본토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외국 메신저 가운데 하나다. 중국 내에서는 현지산 메신저 앱인 '위챗'이 더 널리 쓰이지만, 왓츠앱의 강력한 암호화 기능 때문에 이를 선호하는 사용자들이 있다.

앞서 또 다른 암호화 메신저인 텔레그램의 중국 내 접속이 차단된 이후 많은 중국 반체제 인사들이 최근 수개월 사이 왓츠앱으로 이동했다.

왓츠앱은 암호화된 내용을 풀 수 있는 암호키를 서버가 아닌 개인 단말기에만 저장해 송신자와 수신자만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종단 간(end-to-end) 암호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위챗은 암호화되지 않고 사용자의 실명을 사용해 당국의 집단적 감시, 검열이 가능하다.

중국의 웹사이트 검열을 감시하는 민간기구 그레이트파이어(Greatfire.org) 공동 창립자인 찰리 스미스는 "중국 당국은 인터넷상의 모든 통신을 감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왓츠앱 차단을 통해 당국은 자국민이 사적이고 암호화된 대화를 전송해야 할 때 쓸 수 있는 선택지를 제한하고 더 많은 사용자가 어쩔 수 없이 검열이 가능한 위챗을 사용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위챗에서는 '류샤오보'와 그의 부인 '류샤'의 이름이 포함된 문장과 이미지 전송이 차단됐다.



스미스는 또 중국 당국이 왓츠앱에서는 위챗처럼 메시지 내용을 선별적으로 차단할 수 없어서 비문자 메시지를 모두 차단하는 야만적인 검열 방법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암호학 전문가 나딤 코베이시는 이번 왓츠앱 통신 차질을 분석한 결과 만리방화벽이 미디어와 사용자 간 정보를 전송하는 왓츠앱 서버만 접근을 차단하고, 문자 메시지를 다루는 서버는 그냥 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음성 메시지도 역시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왓츠앱 메시지를 해독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왓츠앱 통신 차질에 대한 입장 표명 요청에 페이스북과 왓츠앱은 답변하지 않았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번 사안에 대해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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