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의 번식처' 익명 메시징 앱이 인기를 끄는 이유

입력 2017-07-19 06:39
'증오의 번식처' 익명 메시징 앱이 인기를 끄는 이유

중동에서 맹위 떨치는 '사라하'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1위

"타인의 솔직한 감정 알기 위해 들어갔다가 왕따로 전락"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최근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라하(Sarahah)'라는 메시징 앱은 미국인이나 서방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앱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자인 알 아비딘 타우피크가 지난 2월 초 출시한 이 무료 앱은 아랍어로 '솔직함'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익명으로 친구와 직장 동료들 간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이 사이트 개설자는 설명한다.



영국 BBC 방송은 18일 이 앱이 현재 이집트에서 250만 명, 튀니지에서 170만 명,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20만 명의 사용자를 갖고 있으며 최근 미국 등 서방 세계로도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6월 초 애플 앱스토어에 나온 이후 이 앱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스냅챗을 능가하는 최고의 인기 앱으로 자리 잡았다.

사용자가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유저네임'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이 앱이 갖는 최고의 무기는 익명성이다.



최근 이 앱에 가입한 한 미국 학생은 하루 만에 익명의 누군가로부터 끔찍한 인종차별적 공격을 받았으며 '이 녀석은 린치를 당해야 한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공유한 사람들은 그를 순식간에 왕따로 만들었다.

이 학생의 부모는 앱스토어 리뷰에 "이 사이트에 계속 있게 되면 왕따를 당할 수밖에 없다"면서 "아이들이 이 앱을 다운로드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앱은 사용자가 수치심에 자살까지 할 수 있게 만드는 증오의 번식처"라고 말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사라하는 인종 차별, 협박, 왕따를 일으키는 최초의 익명 앱이 아니다"면서 "2015년 이크 야크라는 주로 대학생을 상대로 한 메시징 앱이 있었는데 이 역시 흑인 학생들에 대한 성차별과 왕따, 폭행 위협을 하다가 2017년 영구히 문을 닫은 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익명의 증오 번식처 역할을 하는 앱은 비난을 받다가 얼마 안 있어 사라지지만, 또 다른 앱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점이라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적했다.

이 앱의 사용자들 가운데는 솔직하게 친구나 동료들과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이 앱은 나름의 강점을 갖고 있다면서, 모든 앱 사용자가 증오를 조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옹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왜 사라하 같은 앱이 이처럼 인기를 얻고 있느냐가 문제"라면서 "사람들은 타자가 자신에 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알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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