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사.이.다] 우리나라 대통령 전용기, "있다? 없다?"

입력 2017-07-19 10:37
[클릭! 사.이.다] 우리나라 대통령 전용기, "있다? 없다?"

대통령 전용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사진으로 이렇게 다시 본다'

(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G20 정상회의에 잇달아 참석하면서 국제외교무대에 데뷔했습니다.



처음으로 전용기에 오르는 모습, 떠나기 전 정비사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귀국 후 청와대가 SNS를 통해 전용기 내 모습을 공개한 뒤 보안 문제로 일부 삭제한 소동 등을 통해 전용기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습니다.



대통령 전용기는 '공군 1호기'로 부릅니다. 영어로는 '에어포스 원'(Airforce One)이죠.

에어포스 원이 널리 알려진 것은 여러 번 소재가 된 할리우드 영화 덕이 컸습니다. 그중 1997년 개봉된 해리슨 포드 주연의 액션 영화는 인기 만점이었습니다.



자, 그럼 우리 전용기의 역사를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아래 사진을 보죠.



1964년 12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파독 광부와 간호사 등의 환송을 받으며 서독공항을 떠나는 장면입니다. 대통령 전용기는커녕 국적기도 없던 시절이라 서독에서 제공한 민간항공기, '루프트한자'를 이용하는 모습입니다. 대한항공이 설립된 것은 1969년의 일이니깐요.

그럼 현재 우리나라는 대통령 전용기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정답은 '있지만 없다'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이 비행기는 한국 전쟁 이후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 임기 초까지 대통령 전용기로 사용하던 C-54 수송기입니다. 현재 강릉 통일공원에 전시돼 있습니다.

1985년에는 마침내 '보잉'기를 도입했습니다. 한때 공군 1호기였죠. 현재도 간혹 사용하는 이 기종은 보잉 737-3Z8인데 고작 40인승입니다. 해외방문 때는 전용기로 사용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이런 탓에 정부는 대통령 해외방문 때마다 대한항공 혹은 아시아나 항공과 일시계약을 맺어 항공기를 빌려 사용했습니다. 그때마다 일일이 항공기를 개조한 뒤 복구하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이런 과정이 비용, 보안, 안전, 정비 등에서 애로를 겪자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국방 예산으로 정부 소유의 전용기 구매를 각각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두 번 모두 당시 야당(한번은 한나라당, 한번은 민주당)의 반대가 거셌습니다.

이후 여당이 된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 시절 전용기 구매에 반대했던 일을 사과하면서 여야합의를 끌어냈습니다. 하지만 보잉사와 구매협상에서 가격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백지화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2010년 정부는 대한항공과 5년 간 장기 임차계약을 맺었고 그해 4월 첫 비행을 했습니다.



원래 좌석 수가 400석이 넘는 것을 부분 부분 개조해 200여 석으로 줄였고, 군과 경호 통신망, 위성통신망 등을 새로 갖췄습니다. 물론 제반 운행내용이나 장비, 시설물의 구체적인 제원은 보안사항입니다.

2014년 말 계약이 만료돼 2020년까지 재계약을 했는데, 5년간 임차료는 1천400억 원에 이릅니다. 여기에는 새로 장착될 미사일 방어 장비 300여억 원이 포함된 것입니다.

대통령 전용기라고 하면 내부구조나 편의시설 등이 특별할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대통령이 머물거나 회의하는 장소(제한 구역)를 제외한 나머지 시설은 일반 여객기와 대동소이합니다.



장기 임차계약을 맺은 후부터는, 공군과 대한항공 직원이 함께 탑승한다는 점, 좌석 간격이 조금 넓다는 점, 취재진 장비나 대통령 짐을 싣는 부분이 신설됐다는 점 등이 다를 뿐입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비용 측면에서도 임차보다는 구매가 유리하나 도입을 추진할 때마다 정치적인 논쟁이나 석연치 않은 협상으로 전용기 도입이 무산된 점이 안타깝습니다.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은 최신의 전용기를 2~3대까지 운용하고 있으며, '하늘을 나는 대통령 집무실'로 손색없는 기능과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태국과 대만도 전용기를 도입해 사용 중입니다.



다자간 국제회의가 열리는 도시의 공항 계류장은 '국력의 경연장'입니다. 자국 국기가 그려진 여러 대의 강대국 전용기들 사이에 선 우리 전용기를 보면 기가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린 그마저도 임차 항공기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전용기도 보안과 안전에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에어포스 원과 진배없는 미국 국무장관의 전용기는 세계에서 무척 바쁜 항공기입니다. 그런데 툭하면 고장을 일으켜 체면을 구깁니다. 2014년에는 한해에만 네 번이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2006년에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에어포스 원이 베트남 호찌민에서 고장 났으며, 2004년에는 태국 탁신, 베네수엘라 차베스, 아르헨티나 키르치네르의 전용기가 약속이나 한 듯이 비슷한 시기에 말썽을 일으켜 외교활동에 차질을 빚기도 했습니다. 최근 2016년 10월에는 존 키 뉴질랜드 총리 전용기의 고장 소동이 있었습니다.

우리 전용기도 어이없는 회항 사태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2011년 3월, 아랍에미리트로 향하던 전용기가 이륙한 지 약 1시간 40분 만에 기체 진동과 소음으로 긴급 회항했습니다.



비상 점검에서 객실 에어컨의 부속품 일부가 부서진 것을 발견해 급히 교체해 출발했습니다. 추후 보잉사에 의뢰한 결과 출고 당시부터 작동 볼트 하나가 잘못 장착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통령 전용기는 '외교 자가용'입니다. 자가용의 역할은 '이동'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기능', '위세', '안전'도 빼놓을 수 없는 역할입니다.

대통령의 해외방문 외교활동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우리도 임차 전용기 신세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합니다. 다만 허세가 아닌, 우리 국력과 경제력에 어울려야 합니다. 또 국민적 합의 과정도 필수입니다.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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