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7마리 방류…이제 사육시설에 39마리 남았다

입력 2017-07-18 16:21
수정 2017-07-18 16:24
돌고래 7마리 방류…이제 사육시설에 39마리 남았다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여전히 공연중…시설 열악 폐사율 높아

동물보호단체 "해외 포획 돌고래 바다쉼터 조성해 풀어줘야"

(전국종합=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찬사와 주목을 받은 남방큰돌고래 7마리의 방류.

그러나 여전히 국내 7개의 수족관·전시관 등에는 39마리의 각기 다른 돌고래들이 남아있다.

공연에 동원되거나 전시되는 돌고래들이 바다로 돌아갈 방법은 없을까.





◇ 바다와 수족관, 어디에서 더 행복할까

"돌고래들을 풀어주면 자연에 적응하지 못해 죽을 수도 있습니다."

2012년 2월 8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국내 첫 돌고래 재판에서 불법포획된 남방큰돌고래들을 쇼에 동원하던 공연업체 측은 돌고래 방류에 반대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고향인 제주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와 삼팔·춘삼·태산·복순이 등 다섯 마리의 남방큰돌고래는 그들의 주장이 틀렸음을 직접 몸으로 입증해냈다.

숱한 화재를 낳으며 국내 첫 돌고래 소송에 의해 풀려난 돌고래들의 기막힌 사연은 2011년 7월 남방큰돌고래를 불법 포획해 돌고래쇼 공연업체에 팔아넘긴 혐의(수산업법 등 위반)로 어민 8명이 당시 제주해양경찰청에 적발되면서부터 세상에 알려졌다.





공연업체는 1990년부터 어민들과 짜고 그물에 걸린 돌고래들을 사들여왔는데, 2009∼2010년 제돌이를 비롯한 11마리의 남방큰돌고래를 9천만원에 이들 8명의 어민으로부터 사들였다. 제돌이는 포획된 지 두 달 뒤인 2009년 7월 서울대공원 바다사자 2마리와 교환돼 서울로 팔려간 것으로 해경의 수사결과 드러났다.

어민들과 돌고래쇼 공연업체는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고, 대법원까지 이어지는 지루한 돌고래 소송이 시작됐다.

당시 불법포획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물보호단체는 남방큰돌고래를 즉각 풀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2년 3월 제돌이의 야생방류와 서울대공원에서의 돌고래쇼 중단을 결정했다.

박 시장의 결정은 돌고래 논란의 일대 전환점이 되면서 시민단체 등의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동시에 '쇼 돌고래들이 바다로 돌아가는 것이 과연 행복한 것인가'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야생에서 먹이 사냥을 할 필요 없이 때마다 꼬박꼬박 나오는 생선을 먹으며 수족관에서 편하게 사는 게 오히려 더 행복하지 않겠냐'는 반론이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11마리의 불법포획된 남방큰돌고래 중 절반 이상인 6마리가 비좁은 수족관을 견디지 못하고 폐사했다.

대법원에 의해 몰수판결을 받아 최종적으로 풀려나게 된 돌고래는 살아남은 5마리뿐이었다.





2013년(제돌·삼팔·춘삼)과 2015년(태산·복순) 두 차례에 걸쳐 고향인 제주 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들은 각종 우려에도 불구하고 야생의 본능을 잊지 않고 완전히 바다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암컷인 삼팔이와 춘삼이가 새끼를 낳아 기르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남방큰돌고래 야생방류 프로젝트가 100%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이번에는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됐다.

20년간 사람과 가까이하며, 야생에 있을 때보다도 훨씬 오랜 기간 공연에 동원된 금등이(25∼26세)와 대포(23∼24세)가 바다로 돌아간 것.

전문가들은 큰 형님 벌의 이들 돌고래가 비록 나이가 많기는 하지만 서울과 제주에서 이뤄진 88일간의 자연적응 훈련을 통해 충분히 야생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 아직도 39마리가 남았다

지난 4년간 7마리의 남방큰돌고래가 바다로 돌아갔지만, 현재에도 39마리의 돌고래들이 수족관에서 전시되거나 쇼에 동원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등에 따르면 돌고래들이 현재 사육되는 시설은 울산 고래생태체험관(큰돌고래 5마리), 제주 퍼시픽랜드(제주 남방큰돌고래 1마리·큰돌고래 2마리·혼종 2마리), 제주 마린파크(큰돌고래 4마리),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큰돌고래 6마리),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벨루가 3마리), 거제 씨월드(큰돌고래 10마리·벨루가 4마리), 제2롯데월드 아쿠아리움(벨루가 2마리) 등 7곳이다.

특히 퍼시픽랜드에는 공연에 동원되는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수컷·2005년 포획)가 남아있다.

해경이 돌고래를 불법포획한 어민들을 적발해 검찰에 넘길 당시 '비봉이'는 수산업법 공소시효(3년) 만료로 인해 제돌이 등과 함께 재판에 넘겨지지 못하고 공연장에 남게 됐다. 금등이와 대포도 같은 처지였으나, 이들 돌고래는 서울시의 결정으로 방류됐다.

돌고래들이 사육되는 시설의 환경은 드넓은 바다에서 1시간에 30여㎞를 이동하는 돌고래의 특성상 매우 열악하기만 하다.

특히 포획된 돌고래들은 일단 격리 수용된 뒤 사람들에 의해 인위적으로 길들여진다.

살아있는 생선을 잡아먹던 돌고래들이 죽은 생선을 받아먹게 되기까지 굶김과 같은 강제력이 가해질 수밖에 없고, 죽은 생선을 소화하기 위해 간장약과 비타민제를 먹어야 하는 등 자연상태와는 다른 환경에 적응하며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수족관에서 생활하는 돌고래들의 폐사율이 자연상태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 2월 일본에서 들여온 돌고래 2마리 중 1마리가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 반입 나흘 만에 폐사해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거제씨월드에서는 4년도 채 안 돼 6마리가 폐사했고,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큰돌고래 10마리 중 절반이 넘는 6마리가 2009년 이후 줄줄이 폐사했다"며 평균 4∼5년간 50여 마리가 국내 8개 수족관에서 죽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수족관에 남아있는 39마리의 방류를 요구하고 있지만, 쉽사리 방류할 수 없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다.

최근 서울대공원에서 제주 퍼시픽랜드로 옮겨진 큰돌고래 태지(17·수컷·일본 와카야미현 다이지산) 처럼 해외에서 잡혀 국내로 들여왔거나 수족관에서 남방큰돌고래와 큰돌고래 사이에서 태어나는 등 앞서 방류된 제돌이 등과 원서식처는 물론 종(種)이 다르기 때문에 제주에 방류될 경우 생태계 교란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을 비롯해 동물자유연대와 핫핑크돌핀스 등 7개 동물보호단체는 돌고래 바다쉼터 조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돌고래 바다쉼터 추진시민위원회 집행위원장 조약골씨는 "정부가 추진해야 하는 방향은 크게 두 가지"라며 "한국바다에서 잡은 돌고래는 원래 살던 바다에 방류해야 하고, 해외에서 잡혀 온 돌고래는 바다쉼터를 조성해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만과 섬 등이 복잡하게 발달한 한국의 연안은 바다쉼터를 만들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여의도 면적의 바다에 울타리를 치고 돌고래를 풀어준다면, 많은 건설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돌고래들에게 넓은 바다에서 마음껏 헤엄치는 자유를 보장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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