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50조원의 기회] 도시재생 뉴딜 동참 '사활 건다'
새 정부, 매년 10조원씩 5년간 50조원 투입해 구도심 500곳 개선
지자체들, 기존 도시재생 프로젝트 점검·전담조직 신설 등 총력전
정책 성공 위해 민간주도 병행·젠트리피케이션 방지책 마련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쇠락한 구도심을 살리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새 정부 국정의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50조원의 기회'에 동참하기 위한 지자체 간 경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애초 이 사업은 2013년 도시재생특별법으로 시작됐지만, 지원 예산과 대상이 적어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올해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사업으로 내걸면서 본격화했다.
정부가 매년 10조원씩 5년간 총 50조원을 투자해 전국 500개 구도심과 노후 주거지를 개선하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이다.
국토교통부가 앞에서 끌고, 지자체가 뒤에서 밀면서 사업에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린 모양새다.
국토부는 공모계획 초안을 이달 중 공개하고 연말까지 내년도 사업대상지 100여 곳을 선정할 계획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최근 "9월 중 각 지자체로부터 응모를 받아 올해 안에 100곳 이상 선정할 것이다. 해달라는 곳이 많아서 100곳만 선정하기 쉽지 않을 것 같고 100곳 이상 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재원은 매년 정부 2조원, 공사(LH) 투자 3조원, 기금 5조원 등을 합해 충당한다.
구도심 공동화에 골머리를 앓던 지자체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가뜩이나 부족한 지방비 대신 국비를 받아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청사진을 내놓고 공모 선정 절차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북도는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도시재생위원회를 구성했다. 또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설립해 '경북형 도시재생'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대구시도 대구도시공사 등이 참여하는 도시재생 기획단을 구성해 현재 추진 중인 2천600억원 규모의 도시재생사업을 뉴딜정책에 맞게 추진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지난달 도시재생과 공동체 사업을 발굴하고 연구할 사단법인 형태의 광주 도시재생공동체센터 설립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일 도시재생 뉴딜 사업 전담 추진단(TF)을 발족한 부산시는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같이 부산의 특성에 맞는 도시재생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은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낙후된 재생 대상 지역이 곳곳에 있다"며 "건설사와 설계사들이 이 사업에 참여해 부산을 명품도시로 거듭나게 하는 데 이바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정비사업 해제 지역, 저층 노후 주거지, 공공개입이 불가피한 지역, 역세권 500m 이내의 국·공유지를 활용한 개발 등을 역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시범사업의 하나로 부전천 일대에 대한 도시재생사업 아이디어 공모전도 추진한다.
이미 모범적으로 도시재생을 추진해온 곳들도 있다.
수원시는 지난달 행궁동 일대 도시재생지구를 방문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수원역 주변 성매매 집결지를 공연·전시·체험 등 문화중심형과 상업·업무가 복합된 중심상업형으로 재생하는 '역세권 정비형'이 그중 하나다.
옛 경기도청 주변을 창업지원과 문화 관련 시설로 집적화하는 '공유재산 활용형'도 아이디어로 소개됐다.
'천안 원도심 도시재생사업현장'도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취임 직후 방문했을 정도로 도시재생의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천안 원도심은 신도심 개발로 인구 유출, 상권 쇠퇴가 심화하자 복합문화특화공간 조성으로 돌파구를 찾아 나섰다. 현재 리츠를 활용한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 중이다.
동남구청사 부지에는 지자체·공기업·민간 협력과 주택도시기금 지원으로 총 사업비 2천286억원을 들여 구청사·어린이회관·지식산업센터·기숙사·44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 등을 짓고 있다.
전북 군산시는 항만 기능이 이전하면서 쇠퇴했던 구도심을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관광지로 개발해 지난해 관광객이 100만 명을 돌파했다.
군산 구도심은 일본강점기부터 이어져 온 내항의 항만 기능이 1990년대에 외항으로 이전하면서 인구가 70% 이상 줄었다.
그러다 군산시가 2014년 도시재생 선도지역에 포함되면서 본격적으로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됐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2012년부터 사업이 지지부진한 뉴타운의 지구 지정을 해제하고, 그 대안으로 '도시재생'에 박차를 가했다.
서울시는 2015년 '2025 도시재생 전략계획'을 세우고 자체 예산을 들여 1단계 도시재생 사업 대상지 13곳을 선정해 사업을 진행 중이며, 올해 2월에는 영등포, 용산전자상가, 마장축산물시장 등 도시재생 2단계 사업지 17곳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기념관을 유년 시절을 보낸 가옥 터에 세웠고, 동대문 패션 시장 배후지라는 지역 특성을 살려 봉제박물관과 봉제거리를 조성 중이다.
이처럼 도시재생이 노후 주거지 등을 정비하고 구도심을 활성화하면서 일자리 창출 등의 부대 효과를 창출해 지역경제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이 사업이 끝나는 5년 후에는 국비지원이 끊기기 때문에 지자체가 자생적으로 도시재생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재정자립도가 열악해 도시재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지자체의 도심 공동화는 장기화하거나 확산할 가능성이 커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
도시재생사업의 가장 큰 부작용인 젠트리피케이션에 따른 원주민의 피해도 우려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한 구도심이 다시 번성해 사람이 몰리면 그 여파로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들이 밀려나는 현상이다.
전북도의회 최영규 도의원은 "국비를 받아 낡은 도심을 도시의 새로운 중심으로 바꾸는 도시재생사업은 지자체 입장에서 보면 매우 매력적"이라면서도 "국비지원은 한계가 있으므로 자립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도시재생을 추진하기 위한 사회적기업이나 마을 기업 육성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간이 도시재생을 견인한 서울시 종로구 '창신·숭인 협동조합'을 모델로 제시했다.
이 지역 주민은 '공공재원에 의존해서는 지속적인 도시재생을 할 수 없다'며 각자 출자·참여해 협동조합을 꾸렸다.
최 의원은 이어 "도시재생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지역 상생 협력에 관한 기본 조례를 제정하고 전·월세 안정화를 위한 건축주 협정 등 도시재생의 보완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ich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