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큰돌고래 방류는 했지만…보호·관리체계 걸음마 수준

입력 2017-07-18 15:17
수정 2017-07-18 16:24
남방큰돌고래 방류는 했지만…보호·관리체계 걸음마 수준

제주 남방큰돌고래 보호 조례·보호구역 등 대책 마련 시급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서울과 제주의 수족관에서 공연에 동원됐던 국제보호종 남방큰돌고래들이 연이어 고향인 제주 바다에 방류되면서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보호·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년 전 제돌이와 춘삼·삼팔이에 이어 2년 전 복순·태산이, 그리고 18일 서울대공원에 남아있던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금등·대포가 제주해역을 마음껏 헤엄쳐 다닐 수 있게 됐지만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이며, 실질적인 보호방안 등이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다.

인간에 대한 친화력이 뛰어나고 지능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남방큰돌고래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해역에만 발견되는 국제보호종으로, 제주연안에 11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호주에 약 3천마리, 일본 규슈에 300여 마리 등 전 세계적으로 열대·아열대 해역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지만 제주해역에서 발견된 개체 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공연 등 영리 목적의 남방큰돌고래 포획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개체 수 보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연구는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세 차례의 남방큰돌고래 방류를 통해 축적한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돌고래 야생방류에 관한 매뉴얼을 제작하는 등 성과를 얻기는 했지만, 개체 수 연구와 죽은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부검을 통해 얻는 생물학적 특성 등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제주해역에서 어민이 설치해 놓은 정치망에 걸리거나 해양레저장비에 부딪혀 다치는 돌고래도 늘어나고 있다.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에 따르면 상괭이 등 고래류가 그물에 걸려 풀려나거나 원인 모를 이유로 폐사해 발견된 사례는 2013년 10마리, 2014년 13마리, 2015년 28마리, 2016년 31마리, 2017년 7월 현재 33마리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여름철 사람들이 해양레저장비인 모터보트·땅콩보트·제트스키 등을 타고 과도하게 남방큰돌고래에 접근하면서 많은 돌고래가 모터보트 스크루에 지느러미가 걸려 잘리거나 찢기고, 땅콩보트·제트스키와 충돌하기도 한다.



남방큰돌고래가 공격성이 적다고는 하지만 길이 2.5m·몸무게 200㎏이 넘는 연안 생태계 피라미드의 최상위 해양생물로서 상당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칫 해양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돌고래는 매우 영리해서 먹잇감이 풍부한 훌륭한 사냥장소라 하더라도 사람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방해를 받게 된다면 해당 지역을 다시 찾지 않을 수 있다.

해외에서는 관찰 가이드라인 또는 법을 통해 야생 돌고래에게 방해를 줄 수 있는 모든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과 호주 등 돌고래 관광이 활성화된 곳에서는 선박 등을 이용해 돌고래를 관찰하는 행동이 자칫 돌고래들에게 스트레스와 혼란을 주고, 부상과 출산율 감소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돌고래 접근 방법과 관찰 행동을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지키도록 한다.

돌고래가 직접 접근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돌고래 인근 50m 이내(고래 100m 이내)로 가까이 가거나 이들의 진로를 방해해서는 안 되며, 관찰 시간 역시 일정 시간(30분 내외)으로 제한한다.

특히 돌고래의 야생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먹이를 주는 행동은 엄격히 금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이 같은 돌고래 관찰 규정이 없다.



지난 2012년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로 남방큰돌고래를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지정해 포획·유통 등을 금지하고 있지만, 선박을 이용한 돌고래 관찰 기준을 따로 만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제주도 차원의 '제주남방큰돌고래 보호 조례' 제정의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연구하는 제주대학교-이화여자대학교 돌고래 연구팀의 장수진(36·여)·김미연(29·여) 연구원은 "제주는 멸종위기종 남방큰돌고래 110여 마리가 서식하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국내 유일의 장소"라며 "돌고래 생태관광, 해양레저스포츠로 인해 야생 돌고래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일단 도 조례 제정 등 다양한 방법으로 관찰 기준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고래 바다쉼터 추진시민위원회 집행위원장 조약골씨는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들이 잘 살기 위해서는 서식처 보전이 필수적"이라며 "남방큰돌고래가 지나가는 길목에 세워지고 있는 해상풍력이라든가 난개발, 환경오염이 이뤄지지 않도록 일대를 돌고래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제주남방큰돌고래 보호 조례 제정 등 실질적인 보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2005년에 포획돼 제주 서귀포에서 쇼에 동원되는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수컷)가 당시 수산업법 공소시효(3년) 만료로 인해 아직도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방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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