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렌보임, 연주회 도중 브렉시트 반대 발언 논란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원로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런던의 한 공연 중 유럽의 단합과 점증하는 민족주의와 고립주의에 경고하는 발언으로 주목을 모았다.
텔레그래프와 가디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반대론자로 알려진 바렌보임은 16일 밤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열린 연례 BBC 프롬나드 연주회 도중 즉석 발언을 통해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정치적' 발언으로 연주회 못지않은 시선을 끌었다.
바렌보임의 발언은 상당수 청중으로부터 박수를 받았으나 비평가들로부터는 연주회를 정치화했다며 혹평을 받았다.
바렌보임은 이날 자신의 발언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고 운을 뗀 뒤 그러나 자신은 고립주의로 기울고 있는 세계를 바라볼 때마다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영국에서 결혼했고 영국에서 오랫동안 사랑을 받으면서 살았기 때문에 한 말씀 드린다면서 "오늘날 주요 문제는 한 나라의 정책이 아니라 '우리가 누구인지, 인간이 무엇인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을지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 일고 있는 민족주의 물결이 아주 편협하고 위험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렌보임은 아울러 종교적 근본주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것 역시 교육을 통해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클래식 음악 평론가인 노먼 레브렉트는 "'프롬'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한다"면서 프롬 지휘대는 설교단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휘대를 정치적 연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음악회를 해칠 위험이 있다면서 "만약 (터키) 에르도안 지지자가 나서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바렌보임의 발언으로 BBC 프롬나드 연주의 명성에 아주 좋지 않은 밤이었다고 혹평했다.
올해 74세의 아르헨티나 출생인 바렌보임은 유년시절 이스라엘로 이주했으며 영국의 유명 첼리스트 재클린 뒤프레와 결혼한 뒤 영국에 살았다. 현재는 팔레스타인 시민권을 얻고 독일 베를린에 체류하고 있다.
현존하는 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거장 가운데 한 사람인 바렌보임은 주요 정치적 논쟁 사안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밝혀왔으며 자신이 유대인임에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정책을 공개 비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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