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발굴단장 "유물 반환돼야…정치적 사안이라 시간 소요"
차나칼레서 한·터키 수교 60주년 기념 문화·학술 행사
(차나칼레<터키>=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트로이 유적 발굴단장이 해외로 반출된 유물 반환 당위성을 역설했다.
트로이 발굴단장인 뤼스템 아슬란(53) 터키 차나칼레3·18대학 교수는 17일(현지시간) 차나칼레주(州) 콜린호텔에서 열린 '아나돌루 오디세(아나톨리아 오디세이), 트로이 심포지엄'에서 "트로이에서 반출된 유물이 현장으로 다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駐)터키 한국대사관과 터키 문화관광부가 공동 주최한 이날 문화·학술교류행사에는 아슬란 교수와 김종일 서울대 교수가 각각 트로이와 아제르바이잔 가발라 유적 발굴에 관해 발표했다.
또 조윤수 한국대사, 오르한 타블르 차나칼레주지사와 주 관계자, 이위젤 아제르 차나칼레3·18대학 총장과 교수진, 6·25 참전용사, 이희수 한양대 교수 등 한국 역사·문화 전문가 대표단이 참석했다.
신화의 무대이자 고고학 현장인 트로이, 즉 터키 차나칼레 히사를르크에서 출토된 주요 유물은 19세기 후반 반출돼 독일 베를린에 전시됐다가 제2차 세계대전 혼란 중에 종적을 감췄다.
사라진 트로이 '보물'은 구(舊)소련군에 약탈돼 러시아 내 여러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된 것으로 드러났다.
트로이 유물은 푸슈킨박물관과 이스탄불 고고학박물관 등 세계 44곳에 흩어져 있다.
내년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트로이 박물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아슬란 단장은 "트로이 유물은 트로이에서 전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면서도 "정치적인 문제이므로 국가간 합의·협정이 필요하기에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터키정부와 우리 발굴단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발표자로 나선 김종일 서울대 교수는 아제르바이잔 가발라 유적에서 나타난 동서문화 교류 흔적을 제시했다.
고분의 양식과 출토 유물, 특히 '로마 유리' 용기로부터 로마로부터 한국, 일본에까지 이르는 동서 교류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행사는 한국과 터키 수교 60주년을 맞아 문화·학술분야에서 양국 우호 증진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차나칼레는 트로이 유적을 탐방하러 한국인도 자주 찾는 관광지이며, 최근에는 SK건설과 대림산업이 '세계 최장 현수교'를 건설하는 곳이다.
타블르 차나칼레주지사는 "한국이 건설하는 아시아·유럽간 새 다리로 양국 사이에도 새로운 관계가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덕담했다.
조윤수 한국대사는 "한국이 지금과 같은 경제 강국이 되고 문화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배경에는 터키의 참전과 도움이 있었다"며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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