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들어 美의원 겨냥한 테러 협박 급증
협박 시달린 공화 의원, 타운홀 미팅 열지 않기로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 연방 상·하원 의원들을 겨냥한 테러 위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법·ACA) 폐지와 반(反)이민 행정명령,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등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의제와 운영 방식을 둘러싸고 들끓는 찬반 여론이 의원들에게로 불똥이 튀는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의회경찰이 연방의원에게 온 협박 메시지를 수사한 건수는 950건에 달한다.
이미 의회경찰이 지난해 총 902건의 협박 메시지를 수사한 것을 이미 앞지른 것으로, 연간 기준으로 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공화당의 마사 맥샐리(애리조나)와 톰 개럿(버지니아)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오바마케어' 폐지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살해 협박을 받았다.
반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러시아 스캔들 수사 중단 압력 행사 의혹을 받는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한 민주당의 앨 그린(텍사스) 하원의원은 트럼프 지지자의 폭력 위협에 시달렸다.
특히 지난달 13일 워싱턴DC 인근의 한 야구장에서 자선 야구대회를 앞두고 훈련을 하던 공화당 의원들을 향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의원들의 테러 공포감은 극도로 높아졌다.
60대인 총격범은 지난해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대선 경선 후보 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반(反)트럼프' 성향의 글을 소셜미디어에 수차례 올린 것으로 나타나, 이 사건은 정파적 증오범죄로 기록됐다.
당시 엉덩이 부위에 총을 맞은 공화당의 스티브 스컬리스(루이지애나) 하원 원내총무는 여러 번의 수술을 거쳐 아직도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처럼 의원들의 안전 위험이 커지자, 선거관리위원회(FEC)는 최근 사안별 심사를 거쳐 의원들이 선거자금을 자택 보안 경비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했다.
그러나 테러 위협은 의원들의 지역구 활동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공화당의 케이 그랭거(텍사스) 하원의원은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협박이 너무 많다"며 이번 여름에는 타운홀 미팅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지역구 내 유권자들과 소그룹으로 만나는 타운홀 미팅을 통해 의정활동을 보고하고 민원을 수렴해 왔다. 대다수 의원은 주말과 의회 휴회 때마다 이를 통해 유권자들과 접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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