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폭스 멕시코 전 대통령 '외교 기피인물'로 지목

입력 2017-07-18 01:18
수정 2017-07-18 11:48
베네수엘라, 폭스 멕시코 전 대통령 '외교 기피인물'로 지목

외교부 "폭력·외세개입 조장"…야권, 폭스 등 중남미 전 대통령 초청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베네수엘라 정부가 멕시코 전 대통령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상 기피인물)로 지목했다고 관영 통신 AVN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외교부는 최근 베네수엘라를 방문한 비센테 폭스 전 멕시코 대통령이 폭력과 외세의 개입을 조장하고 있다며 출국 요청과 함께 재입국을 금지했다.

사무엘 몬카다 외교부 장관은 트위터에서 "베네수엘라를 찾은 폭스 전 대통령은 폭력과 외세의 개입을 조장했다"며 "베네수엘라인들의 친절을 모욕함으로써 환대를 남용했다"고 밝혔다.

폭스 전 대통령은 제헌의회 구성에 대한 찬반을 묻는 비공식 투표의 참관자로서 베네수엘라 우파 야권의 초청을 받아 베네수엘라를 방문한 자리에서 베네수엘라 정부를 직접 비판했다.

그는 차카이토에서 열린 반정부 집회에서 "싸움에서 이미 이겼다. 단계적으로, 투표를 통해 독재자(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는 물러날 것이다. 위대한 나라를 이끌고 경제와 일자리를 복원하는 것은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달려 있다"고 연설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동쪽 인근 지역에 있는 차카이토는 야권의 세력이 강한 곳이다.

우파 야권 연합 국민연합회의(MUD)는 폭스 전 대통령을 비롯해 안드레스 파스트라나, 호르헤 키로가, 라우라 친치야, 미겔 앙헬 로드리게스 등 중남미 각국의 전 대통령을 비공식 제헌의회 찬반 투표 참관인으로 초청했다.

야권은 전날 마두로 대통령이 추진 중인 제헌의회 국민투표를 2주 앞두고 미리 개헌의 정당성을 묻는 투표를 실시했다.

개헌 찬반 투표 도중 총격으로 60대 여성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야권은 베네수엘라 안팎에서 치러진 이번 투표에 710만 명 이상이 참여해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야권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전체 유권자 1천950만 명 중 약 649만 명이 국내에서, 69만여 명이 국외에서 투표에 참여했다. 이는 2015년 총선 당시 야권에 투표한 유권자 770만 명을 약간 밑도는 수치다. 영국 BBC방송은 투표자의 약 98%가 제헌의회 구성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마두로 행정부는 오는 30일 545명의 제헌의회 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를 시행하고, 제헌의회가 마련한 개헌안을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할 방침이다.

한편 인테르라세스의 여론조사에서 베네수엘라인 75%는 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한 사회주의 경제모델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남미 위성방송 텔레수르는 전했다. 사회주의 경제모델은 국영 기업과 사회적·민간 기업이 혼재된 형태를 말한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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