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하지 않은 지시' 포함 朴정부 캐비닛, 적폐 수사에 힘 싣나
'국정농단 본격화 시기' 靑회의 문건…'제2의 김영한 비망록·안종범 수첩' 되나
靑, 위안부·세월호·국정교과서 관련 '불법행위' 가능성 비쳐 수사 영향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이어 17일 정무수석실 사무실에서도 이전 정부 시기에 작성된 문건들이 대거 발견되면서 국정농단 재판과 검찰의 추가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일각에서는 추가 문건이 앞서 국정농단 수사에 큰 영향을 준 '김영한 비망록'이나 '안종범 수첩' 못지않게 재판이나 수사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문건 성격과 증거능력 등을 따져 봐야 해 섣부른 예단은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 발표를 종합하면 이날 발견된 문건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조정수석실 기획비서관이 2015년 3월 2일부터 2016년 11월 1일까지 작성한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결과 254건을 비롯해 총 1천361건에 달한다.
이미 분석을 마친 254건에는 삼성 및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 현안 관련 언론 활용 방안 등이 포함됐다. 특히 위안부 합의와 세월호, 국정교과서 추진, 선거 등과 관련해 위법한 지시 사항이 포함됐다.
청와대 발표만으로는 문건이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 구체적으로 추정하기 어렵지만,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지시사항을 담은 메모 254건은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과 비슷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망록은 김영한 전 수석이 2014년 6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수석비서관회의 내용을 기록한 것으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청와대가 연루된 근거로 여겨진다.
나아가 추가 발견 문건이 미르·K재단 모금, 삼성의 승마 지원 등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2015∼2016년의 비서실장 지시 사항을 다루고 있어 김영한 비망록보다 파급력이 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비망록은 2015년 1월까지를, 추가 문건은 그 이후인 2015년 3월 이후의 수석비서관회의 내용을 기록했다.
문건이 김영한 비망록이나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처럼 자필 메모가 아니라 청와대가 '회의 결과' 공유를 목적으로 생산한 문서라는 점은 자료로서의 무게감을 더하는 부분이다. 반면 다수의 관계자가 참여한 공식 회의 내용인 점에서 뇌물과 부정 청탁, 위법·부당 지시 등과 직결되는 고리가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다는 정반대 해석도 있다.
시선을 끄는 부분은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위안부 합의와 세월호, 국정교과서 추진, 선거 등과 관련해 '적법하지 않은 지시사항'을 발견했다고 언급한 부분이다.
청와대가 직접 위법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검찰이 자료를 넘겨받아 내용을 검토한 뒤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다. 문건이 이병기·이원종 비서실장 재직 기간 생산된 만큼 이들 두 전임 비서실장이 어떤 식으로든 조사를 받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특검과 검찰은 자료를 넘겨받는 대로 재판에 증거로 제출할 수 있는 자료를 검토하고 작업이 일단락되는 대로 재판과 수사에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 문건에 위안부 합의 등 국정농단 사태 이외의 사안과 관련한 불법행위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이전 정부를 향한 '적폐청산형' 사정수사가 전방위로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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