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러시아·캐나다 도전에 보잉·에어버스 과점 깨지나
中 COMAC 내수 발판 약진…"20년 뒤 3대 회사로 도약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세계 민항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보잉과 에어버스가 복병들을 맞이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6일 보도했다.
보잉과 에어버스는 근 20년 동안 글로벌 민항기 시장에서 과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과 러시아, 캐나다가 중형 여객기를 선보이면서 잔잔한 파문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여객기의 판매가 부진한 탓에 중형 여객기는 수년 전부터 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부문이었다. 대형 여객기 시장에서 고전하는 보잉과 에어버스로서는 중형 여객기 시장에서 경쟁이라는 익숙치 않은 상황에 직면해 부담감을 안게 된 셈이다.
보잉은 중형 모델인 737맥스(Max) 시리즈의 여객기에 대해 모두 3천600대의 수주를 받은 상태다. 에어버스는 737맥스의 경쟁작인 A320네오(Neo)에 대해 5천여건의 주문을 받아 지난해부터 인도를 시작했다.
이 시장에서 새로 뛰어든 주자는 중국의 C919와 러시아의 MC-21, 캐나다의 CS300 여객기다.
C919는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가 개발한 것으로 지난 5월 처녀비행에 성공했다. COMAC는 국내 항공사들로부터 500여대의 주문을 받아놓고 있으며 오는 2020년 첫 인도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MC-21은 211인승으로, 역시 5월에 첫 비행에 성공했다. 제작사인 이르쿠트는 175대의 주문을 받았으며 추가 시험을 거쳐 2019년 첫 인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캐나다의 봉바르디에가 만든 CS300은 130인승으로, 에어버스의 최소형 기종, 보잉의 단거리 기종과 견줄 수 있는 기종이다. 봉바르디에는 지금까지 모두 237대의 주문을 받아놓고 있다.
CS300은 지난해 12월부터 인도를 시작해 2개의 유럽 항공사들이 실제로 운항하고 있다. 독일 루프트한자와 에어 발틱 항공사의 CEO들은 캐나다의 봉바르디에가 개발한 CS300이 저소음과 높은 연료 효율을 갖추고 있다고 호평했다.
새로 중형 여객기 시장에 뛰어든 여객기들은 보잉과 에어버스에 비하면 수주 실적이 미미한 편이다. 게다가 중국과 러시아의 여객기들은 수년 뒤에나 인도가 시작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여객기들은 아직까지 서방의 유명 항공사들로부터 주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운항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부품과 정비가 원활하게 이뤄질지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 바이어들의 입장이다.
이들 여객기가 과연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그중 하나라도 히트를 친다면 보잉과 에어버스의 중형 여객기 사업을 위협할 수 있다.
세계적인 여객기 발주처인 카타르 항공사의 아크바르 알 베이커 최고경영자(CEO)는 제대로 된 모델이 등장한다면 "나로서는 러시아나 중국산 여객기를 구매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최근 밝혔다.
중국산 여객기는 보잉이나 에어버스에 장차 큰 위협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항공기 산업의 장기적 육성을 도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든든한 지갑도 갖고 있는 중국 정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국내 항공기 시장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버스의 존 리하이 판매담당 수석 부사장은 이에 대해 "향후 5~10년 안에 위협이 되겠는가.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20년 뒤에는 3대 회사의 하나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의 항공기 부품업체들과 긴밀한 협업 관계를 맺고 있다. C919 여객기는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 컨소시엄이 제작한 엔진을 장착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사프랑과 미국의 허니웰 인터내셔널, 록웰 콜린스 등이 파트너를 이루고 있다.
중국산 여객기는 보잉과 에어버스의 신기종과는 성능 면에서 뒤떨어진다. 비행거리가 짧고 연료 효율도 낮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런 약점도 결국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제롬 레인 파트너는 "중국이 과점 체제를 뒤흔들겠지만 C919가 아닌, 차세대 여객기를 통해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하고 "C919를 통해 그들은 배움을 얻게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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