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佛나치부역 책임' 시인…역사관 쟁점에 다시 마침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유대인 희생' 벨디브 추모식 참석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과거 프랑스 정부의 나치 부역 책임을 시인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함께 참석한 벨디브 사건 75주년 추모식에서 "프랑스인이 이 사건을 조직했으며 독일인은 한 명도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프랑스의 과오를 인정했다.
그는 "우리는 증오의 메시지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반유대주의의 재발명품인 반(反) 시오니즘(유대인 국가건설 민족주의 운동)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벨디브 사건은 1942년 7월 16일 나치에 협력한 프랑스 괴뢰정권인 비시정부에 끌려간 유대인이 '벨로드롬 디베르', 일명 '벨디브'라는 파리의 겨울 실내 사이클 경기장에 수용됐다가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이감돼 집단학살을 당한 사건이다.
당시 프랑스 경찰은 일제 단속을 벌여 1만3천여 명의 유대인을 붙잡아 나치수용소에 넘겼다.
대다수 프랑스인은 이 사건을 치욕스러운 역사로 여기지만, 일부 극우 세력은 프랑스에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대선에서는 나치 관련 역사관이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당시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의 대선 후보였던 마린 르펜은 언론 인터뷰에서 "프랑스가 벨디브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반면, 마크롱 당시 앙마르슈 대선 후보는 결선투표를 일주일 앞두고 파리의 유대인박물관을 방문하는 등 극우 세력의 오랜 반유대주의와 인종주의를 견제하고 나섰다.
현직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의 나치 공모 혐의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5년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은 2차 대전 시기 프랑스 유대인 약 7만 6천명이 나치 수용소로 끌려가 학살된 일과 관련해 프랑스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했다. 또한 프랑수아 올랑드 직전 대통령도 벨디브 사건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한 바 있다.
WP는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수년째 프랑스에서 지속하고 있는 반유대주의 물결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했다.
최근 몇 년 새 프랑스에서는 유대인을 노린 공격이 잇따랐으며, 이에 공포를 느낀 유대인 상당수가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특히 2015년에는 파리의 한 유대인 식료품점이 공격을 받아 4명이 숨졌으며, 그해에만 약 8천명의 유대인이 이스라엘로 떠났다. 당시 네타냐후 총리는 처음으로 프랑스를 방문해 유대인들에게 이스라엘로 이주할 것을 독촉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유대인 약 5천명이 프랑스를 등진 것으로 집계됐다. 프랑스 내 유대인은 약 60만명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반유대주의에 맞서 싸우겠다고 공언한 마크롱 대통령에게 화답하는 뜻에서 유대인들의 '탈출'을 촉구하지 않았다.
대신 "당신들의 투쟁은 곧 나의 투쟁"이라며 최근 몇 년 새 연달아 테러 공격을 받은 프랑스에 연대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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