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함부르크 G20 폭력시위 나도 책임"…4연임 의지 재확인
"정상회의 개최지 내가 결정"…난민 포용정책 입장 불변
산업 디지털화에 대해 "투자보단 장기계획의 문제"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벌어진 폭력시위에 대한 책임을 나눠지겠다고 나섰다.
자신이 이끄는 기독민주당의 힘부르크시당이 사회민주당 소속의 올라프 슐츠 함부르크 시장을 상대로 사퇴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이 문제를 둘러싸고 고조된 집권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 간의 갈등이 풀릴지 주목된다.
16일(현지시간) dpa 통신과 영국 일간 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독일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슐츠 시장만큼 나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메르켈 총리는 함부르크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결정이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G20 정상회의는 격렬한 반대시위를 감안해 주로 통행 제한에 이점이 있는 외딴 지역에서 개최돼온 것과 달리 이번에는 독일 제2의 도시이자 유럽 최대의 무역 중심지 중 하나인 함부르크에서 개최돼 애초 시위 통제 문제에 우려를 자아냈었다.
폭력시위는 가뜩이나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로 미국과 유럽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정상회의를 분위기를 무겁게 했다.
메르켈 총리는 슐츠 시장에 대한 기민당의 사퇴 요구에 반대하면서 슐츠 시장을 두둔했다.
메르켈 총리는 "사퇴 요구는 절대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내가 슐츠 시장만큼 책임을 지고 있는 점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한, "모든 사람은 연방정부가 정상회의를 개최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슐츠 시장은 자신의 역할을 기꺼이 수행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폭력시위를 비판하면서 이에 대해 진압 작전을 벌인 경찰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런 입장은 최근 독일 대연정 서열 두 번째로 사민당 소속인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이 기민당을 상대로 "메르켈 총리에게도 사퇴하라고 요구해라"라고 바짝 날을 세우는 등 정국이 경색된 뒤 나온 것이다.
이어 메르켈 총리는 오는 9월 총선을 통해 4번째 총리직 연임에 대한 의지를 재차 확고히 했다.
그는 "아무도 인생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나는 4년 동안 총리직을 계속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난민 엄마'라고 불리는 메르켈 총리는 기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기독사회당이 난민 수용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음에도 난민 포용정책을 버리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메르켈 총리는 "내 입장은 분명하다"라며 "(기사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난민 유입 숫자는 통제에 의해 줄어들 것"이라며 "난민이 이 국가에서 저 국가로 돌아다니는 것을 막는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총리 경쟁자인 마틴 슐츠 사회민주당 당수가 주장하는 것처럼 산업의 디지털화를 위한 투자 확대에 동의했다.
그러나 그는 디지털화의 문제가 자금 부족이 아닌 장기 계획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메르켈 총리는 독일과 터키 정부 간의 갈등으로 터키 주둔 중인 독일 연방군 기지를 요르단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개입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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