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2018년 대선 구도 안갯속으로…"후보 난립 가능성"
룰라 실형 선고·테메르 기소로 정국 불투명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브라질에서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이 부패 혐의로 기소되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실형 선고를 받으면서 2018년 대선 시나리오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부패 의혹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은 유력 주자들의 득표력이 위축되면서 후보가 난립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테메르 대통령이 이끄는 우파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이 대선 후보를 내지 않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주요 정당의 실력자들이 대거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우선 좌파 노동자당(PT)의 룰라 전 대통령은 실형 선고에도 브라질사회당(PSB), 민주노동당(PDT), 브라질공산당(PCdoB) 등 좌파 정당과 진보 성향 인사들을 아우르는 블록을 구축해 우파에 맞서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현재의 우파 연립정권에 참여하는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에서는 제라우두 아우키민 상파울루 주지사와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시장, 주제 세하 연방상원의원이 대선 주자로 거론된다.
중도좌파 성향의 지속가능 네트워크(Rede)의 마리나 시우바 전 연방상원의원(여)과 극우 성향 기독교사회당(PSC)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연방하원의원, 우파 민주당(DEM)의 호드리구 마이아 연방하원의장도 후보군에 포함됐다.
이 밖에도 적게는 5∼6명, 많게는 7∼8명의 정치인이 자의 반 타의 반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룰라 전 대통령은 29∼30%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하며 식지 않은 인기를 과시했다. 시우바 전 연방상원의원은 14∼27%, 보우소나루 연방하원의원은 13∼18%로 2위 다툼을 벌였다. 브라질 사상 첫 흑인 연방대법원장을 지낸 조아킹 바르보자 변호사가 10∼13%로 4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날 나온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룰라에 대한 실형 선고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65.5%에 달했다.
앞서 권력형 부패수사의 전담 판사인 모루 판사는 지난 13일 룰라 전 대통령에게 뇌물수수와 돈세탁 등 혐의를 적용해 9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룰라는 그동안 부패와 뇌물수수, 돈세탁 등 혐의로 연방검찰에 의해 여러 차례 기소됐으며, 형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2018년 대선 출마가 좌절될 수 있다.
그렇다고 2018년 대선에서 우파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여론조사에서 테메르 대통령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 7%, 보통 23%, 부정적 69%, 무응답 2%로 나왔다.
부패 의혹에 휩싸인 테메르 대통령 사임에 찬성하는 의견은 76%였고, 사임 반대는 20%였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좌파 진영은 지난해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으로 초래된 정치적 위기를 서서히 벗어나며 세를 회복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의 정치적 성향을 파악하는 여론조사에서 중도좌파 31%, 중도우파 30%, 중도 20%, 우파 10%, 좌파 10% 등으로 나타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정치 전문가들은 "테메르 정부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우호적이지 않은 데다 룰라의 불출마 가능성 등 대선 정국의 불확실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이 후보가 늘어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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