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이번엔 이스라엘 총리 불러 중동평화협상 재개 압박
2차대전 당시 佛 유대인 강제수용사건 추모식에 네타냐후 총리 초청
마크롱, 이슬라엘에 "국제법 지키고 평화협상 재개해야" 압박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초청해 파리 기후협정 복귀를 압박한 지 이틀 만에 중동 평화협상 중재에 뛰어들었다.
이번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파리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하고 중동평화협상 재개를 압박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2차대전 당시 나치의 괴뢰정권이었던 비시정권이 프랑스 내 유대인을 강제징집해 나치수용소로 보낸 이른바 '벨디브' 사건의 추모식에 네타냐후 총리와 함께 참석한 뒤 곧바로 엘리제 궁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마크롱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2국가 해법'을 바탕으로 한 중동 평화협상을 재개해야 한다면서 "프랑스는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평화 조건의 틀 안에서 이런 목표를 위한 모든 외교적 노력을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국경선을 서로 인정하면서 나란히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2국가 해법에 모호한 태도를 취해온 이스라엘 측을 압박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3차 중동전쟁 발발 이전의 국경을 기준 삼아 예루살렘을 수도로 하고 서안과 가자지구를 영토로 하는 독립국가 건설을 희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팔레스타인은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공존 방안을 기반으로 한 '2국가 해법'을 추진해왔지만, 이스라엘은 이 방안에 입장을 불분명하다. 2014년 봄 미국의 중재 실패 이후 양측의 평화협상은 교착에 빠졌다.
특히 마크롱은 네타냐후 총리의 면전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서안 정착촌 건설을 언급하고 "국제법은 모든 당사자가 준수해야 한다"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이스라엘이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잠정자치 허용을 골자로 한 오슬로 협정을 1993년 체결하고도 정착촌 확장과 분리장벽 건설 등으로 일부 점령지를 자국의 영토로 만들기 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는 상황 등을 거론한 것이다.
앞서 마크롱은 지난 5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정상회담에서 프랑스의 '2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와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마크롱의 발언 후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중동 평화에 대한 같은 열망을 공유한다"면서도 평화협상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한편, 마크롱은 앞서 이날 벨디브 사건 추모식에서 "프랑스인이 이 사건을 조직했으며 독일인은 한 명도 관여하지 않았다"며 프랑스의 과오를 다시 한 번 인정했다.
벨디브 사건은 1942년 나치에 협력한 프랑스 괴뢰정권인 비시정부에 끌려간 유대인이 '벨로드롬 디베르', 일명 '벨디브'라는 파리의 겨울 실내 사이클 경기장에 수용됐다가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이감돼 집단학살을 당한 사건이다.
당시 프랑스 경찰은 일제 단속을 벌여 1만3천여 명의 유대인을 붙잡아 나치수용소에 넘겼다. 2차대전 시기에 나치에 끌려간 프랑스 내 유대인은 7만6천 명에 달하며 이 중 단 2천500여 명만이 목숨을 부지했다. 벨디브 사건은 현대사에서 프랑스인들이 가장 치욕스럽게 여기는 역사다.
이스라엘 총리로서는 최초로 벨디브 사건 추모식에 초청된 네타냐후 총리는 프랑스의 나치에 대한 저항을 "매우 특별한 영웅적 행위"라며 "고결한 프랑스 시민들이 목숨을 잃을 위험을 무릅쓰고 수천 명의 유대인을 구해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이어 "희생자분들의 고결한 명예를 위해 지난 역사를 기억하고 미래를 열어가자"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벨디브 사건 추모식에 초청한 것을 두고 프랑스 내에서는 반대 여론도 일었다.
이스라엘 정부에 비판적인 '평화를 위한 프랑스 유대인 연합'은 네타냐후의 벨디브 사건 참석이 "충격적이며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는 논평을 내놨다.
이 단체는 "이스라엘이 전 세계 유대인을 대변한다는 헛된 믿음을 불러일으키고자 나치 희생자들에 대한 기억을 부당하게 독점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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