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시민들, 우익 헤이트스피치 또 막았다…혐한시위자들 둘러싸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뭉쳐 작년에 이어 2번째로 혐한(嫌韓)시위를 무산시켰다.
16일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이날 가와사키시 나카하라(中原) 평화공원에서 혐한시위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이를 알고 모인 시민들이 혐한시위자들을 둘러싸고 항의하면서 시위는 사실상 시작하자마자 끝이 났다.
이날 혐한집회를 개최한 사람은 작년 6월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 억제법' 시행 직후 혐한시위를 같은 가와사키시에서 벌였던 우익 인사다.
당시 공원 근처에서 혐한집회를 열다가 시민들의 항의에 막혀 중단했던 이 남성은 최근들어 자신의 블로그에 (혐한)집회를 열겠다고 공공연히 밝혔다.
이에 작년에도 이 남성의 집회 개최를 막았던 '헤이트스피치를 용서하지 않는 가와사키 시민 네트워크'(가와사키 네트워크)가 다시 나섰다.
가와사키 네트워크는 양심적인 일본 시민들에게 혐한집회를 막자며 반대 집회 개최를 제안했고 뜻을 같이하는 수백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이날 오후 11시께 혐한집회를 열려는 우익 인사들이 공원에 도착해 전범기인 욱일기를 펼치며 혐한시위를 시작하자 미리 모여있던 시민들이 이들을 둘러싸며 항의했고, 결국 혐한시위대는 제대로 목소리도 못내고 10분여만에 집회를 끝냈다.
일본 시민들이 다시 모여 우익의 혐한시위를 사실상 막은 것이지만, 작년 헤이트 스피치 억제법의 시행으로도 법·제도가 혐한집회를 억제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헤이트 스피치 억제법은 '적법하게 일본에 거주하는 일본 이외의 출신자와 후손'을 대상으로 '차별 의식을 조장할 목적으로 생명과 신체 등에 위해를 가하는 뜻을 알리거나 현저히 모욕하는 것'을 '차별적 언동'으로 정의하고 '용인하지 않음을 선언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하지만 처벌이나 사전 규제 규정이 없어 혐한시위를 막으려면 지자체들이 조례를 따로 제정해야 한다.
가와사키시 역시 공공시설에서 혐한시위를 비롯한 헤이트 스피치가 행해질 우려가 있으면 이용 불허가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해 논의 중이지만 아직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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