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적십자회담 제안으로 '베를린구상' 이행착수…北 호응할까
文정부 초반 남북관계 분수령…北 호응시 1년7개월만의 당국회담
'적대행위 중지' 의제 군사회담은 北도 관심…응할 가능성
北, 이산상봉에는 '탈북 여종업원 송환' 조건 내걸어…성사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정부가 17일 북한에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을 동시에 제안하면서 북한의 호응 여부가 주목된다.
두 회담의 제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독일에서 밝힌 '신(新) 한반도 평화비전', 이른바 '베를린 구상'에서 제시한 사항들을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 북한의 호응 여부에 따라 문재인 정부 초반 남북관계의 흐름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에서 휴전협정 64주년인 7월 27일을 기해 "군사분계선(MDL)에서의 적대 행위를 상호 중단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또 10·4정상선언 10주년이자 추석인 10월 4일에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자며 이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 개최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우리의 회담 제안에 응한다면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 이후 1년 7개월여만의 남북 당국회담이 성사되는 것이다.
정부가 여러 남북 현안 가운데 군사 분야와 인도 분야를 먼저 추진하는 것은 엄혹한 한반도 상황과 노령화된 이산가족을 고려하면 가장 시급한 의제이면서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흐름과 상대적으로 관계없는 영역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들에 대한 남북 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하였다'고 명시돼 있다.
관건은 북한이 이런 우리 정부의 회담 제안에 호응할지 여부다.
현재로선 북한이 군사회담에 나올 가능성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논의할 적십자회담에 응할 가능성보다는 높다는 분석이 많다.
우선 군사회담 의제인 '상호 적대행위 중지'는 북한도 대북 확성기 방송이나 대북 전단살포 등을 이른바 '체제 존엄'과 관련된 문제로 여겨 관심도가 높다.
북한은 지난해 2월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되자 남북 간 통신채널을 단절했으면서도 그해 5월 군 통신선을 이용해 우리 측에 군사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특히 북한은 지난 15일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베를린 구상'에 대한 첫 반응을 내놓으면서 "제2의 6·15시대로 가는 노정에서 북과 남이 함께 떼여야 할 첫 발자국은 당연히 북남관계의 근본문제인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주장은 문 대통령이 제안한 '적대 행위 상호 중단'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측이 우리측 움직임을 좀 더 지켜보면서 무응답하거나,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중단을 우선 요구하면서 역제안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할 적십자회담에 대해선 북한이 쉽게 응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탈북한 여종업원 12명과, 탈북한 뒤 남한에 정착했지만 북송을 요구하고 있는 김련희씨의 송환 없이는 이산가족 상봉은 없다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펴왔다.
북한은 15일 논평에서도 "북남사이의 인도주의적 협력사업들을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탈북 여종업원과 김련희씨 송환 문제를 거듭 제기했다.
정부는 탈북 여종업원들은 자유의사로 귀순했고 우리 국민인 김련희씨를 북으로 돌려보낼 법적인 근거도 없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이 이를 계속 문제 삼으면 설득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 고민이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지난 2015년 10월 이후 1년 9개월째 열리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의 제안대로 10월 4일에 열린다면 2년 만에 재개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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