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 견딘다던 106억짜리 우수저류조 기습폭우에 '무용지물'

입력 2017-07-16 17:20
330㎜ 견딘다던 106억짜리 우수저류조 기습폭우에 '무용지물'

우수저류조 설치 충북대 앞 도로 침수, 내수·내덕지구도 큰 피해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시간당 최고 91.290㎜의 '물 폭탄'이 쏟아진 16일 오전 청주 개신동 충북대 앞 도로가 빗물에 잠겼고 차량 일부는 침수됐다.





공교롭게도 이 대학 부근에는 작년 5월 준공된 우수(雨水) 저류시설이 있다. 침수 등 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내수지구와 내덕지구에 이어 세 번째로 조성된 일종의 지하 비 가둠 시설이다.

106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이 시설은 시간당 80㎜의 비에 대비할 수 있고 1만3천여㎥의 빗물을 임시 저장할 수 있다.

준공 당시 청주시는 여름철 집중호우 때 상습 침수되는 개신동, 사창동, 복대2동의 비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이 시설도 시간당 90㎜를 웃도는 폭우를 견디지는 못했다.

청주에는 이날 새벽부터 낮까지 290.1㎜의 강수량을 기록했고 오전 7시 10분에서 8시 10분까지 시간당 91.8㎜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 비로 충북대 정문 앞 도로가 물에 잠겼고 신영지웰홈스 지하주차장이 침수됐는가 하면 가경천이 유실되면서 상수도관이 파손돼 가경·복대동 일대가 단수됐다.

충북대 정문 일대는 2010∼2012년 집중호우로 도로가 침수되고 상가가 물에 잠기는 등 큰 피해가 났던 곳인데, 올해도 폭우 피해를 비껴까지 못했다.



우수저류시설이 설치된 내수·내덕지구에서도 큰 피해가 발생했다.

내덕동 일대 골목길이 침수됐는가 하면 이 지역 주택도 물에 잠겼다. 도로 부근에 설치된 하수도에서는 물이 역류해 솟구쳤다.

내수에서도 학평 지하차도가 물에 잠겼고 도로가 일부 유실된 것은 물론 주택·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이어졌다.

우수저류시설은 장맛비가 시작된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330㎜ 이상의 비가 쏟아졌을 때는 침수 예방 효과를 거뒀으나 갑작스럽게 내린 기습 폭우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우수저류시설이 설치된 덕분에 그나마 시간당 91.8㎜라는 기습 폭우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훈 시장은 이날 우수저류시설 등 시내 전역을 돌며 피해 복구에 행정력을 집중할 것을 지시했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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