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도마 오른 수리온 헬기…60여대 운용중
2012년 실전배치…비상착륙·추락·기체균열 등 사고 잇따라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감사원이 16일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 개발·운용 기관들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수리온의 비행 안정성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감사원은 16일 방위사업청, 육군본부,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관련 기관들이 수리온의 비행 안전성 확보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리온의 비상착륙과 추락, '메인로터 블레이드'(프로펠러)와 '전선 절단기' 충돌, 윈드실드(wind shield: 전방 유리) 파손, 프레임 균열, 기체 내부 빗물 유입 등이 사고 사례로 제시됐다.
수리온은 육군의 노후 헬기 UH-1H와 500MD를 대체하기 위해 방사청 주관 아래 ADD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비롯한 국내 기관들이 2006년부터 야심차게 개발한 첫 국산 기동헬기다.
개발에 착수한 지 6년 만인 2012년 6월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고 같은 해 말부터 일선 부대에 실전배치됐다.
수리온은 기동형(KUH) 헬기로, 공격형(KAH) 헬기와는 구별된다. 주로 의무 후송, 탐색·구조, 전술 수송, 군수 지원 등의 임무를 수행하지만, 유사시 병력을 태워 공중강습 임무도 할 수 있다.
무게 8.9t에 운용 고도는 최고 1만3천피트(약 4㎞)이며 조종사 2명에 최대 16명의 병력을 태울 수 있다. 최대 속도는 시속 272㎞다.
수리온은 유럽 헬기업체 유로콥터의 '쿠거'와 '슈퍼 푸마'를 한국형으로 재설계하는 방식으로 개발돼 한반도 전역에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군 당국은 수리온 헬기 생산 목표를 200여대로 잡고 있으며 지금까지 생산된 물량은 60여대다. KAI는 작년 말 방사청과 1조5천600억원 규모의 수리온 3차 양산 계약을 체결했다.
수리온은 육군에서 기동헬기와 의무헬기로 활용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도 수리온을 기반으로 제작한 헬기를 운용 중이다. KAI는 수리온을 플랫폼으로 삼아 해상작전헬기를 비롯한 다양한 헬기를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수리온은 성능이 뛰어난 국산 '명품 헬기'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다.
2015년 12월에는 수리온 4호기가 엔진 결함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기체가 대파되고 19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당시 군 당국은 수리온이 '불시착'해 '기체 일부'가 파손됐지만,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2013년 2월∼2016년 1월에는 5차례에 걸쳐 윈드실드 파손 사례가 발견됐다. 기체가 진동 흡수 과정에서 프레임(뼈대)에 금이 가기도 했다.
군 당국은 수리온의 결함이 불거질 때마다 비행 안전성과는 상관없는 사소한 결함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선진국들도 무기체계를 개발하면 결함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며 완성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리온 기체 프레임 균열이 발생한 곳에 보강재를 대고 윈드실드 파손을 막기 위해 필름을 부착하는 등 군 당국이 내놓은 대책에 대해서는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수리온 운용요원들도 감사 과정에서 수리온을 운항할 때 불안감을 느낀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리온의 비행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오름에 따라 일부 국가들과 진행해온 수리온 수출 협상에도 먹구름이 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KAI가 추진 중인 고등훈련기 T-50의 미국 수출과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에도 불똥이 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KAI는 최대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미국 차기 고등훈련기(APT) 사업에 T-50으로 도전장을 냈고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방위력 증강사업으로 불리는 KF-X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이에 따라 방사청과 KAI를 포함한 기관들이 수리온의 비행 안전성 우려를 불식할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우리 기술로 한국형 기동헬기를 개발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이 헛되이 돼선 안 된다"며 "감사 결과에 대한 후속 조치 등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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