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함방치 수리온 전력화 강행"…'보이지 않는 손' 수사하나

입력 2017-07-16 14:00
"결함방치 수리온 전력화 강행"…'보이지 않는 손' 수사하나

검찰, KAI '원가조작' 수사와 'KAI 감싸기' 방사청 수사 병행

박근혜 전 대통령 '도시락 동창' 장명진 방사청장 역할에 주목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감사원이 16일 한국형 기동 헬기 수리온이 기체 설계 결함 및 결빙 상황에서 나타나는 엔진 이상, 인증 기준의 부적정 적용 등 각종 문제 해결 없이 무리하게 전력화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아울러 장명진(65) 방위사업청장 등 3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압수수색한 검찰의 향후 수사는 크게 두갈래로 진행될 전망이다.

하나는 KAI가 군사장비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원가를 과다 계상해 수백억원대 부당 이득 챙기기 의혹(사기)이고, 또 하나는 방사청이 규격·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태인 수리온의 전력화를 무리하게 강행하면서 KAI를 감쌌다는 의혹(업무상 배임)을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감사원은 지난달 26일 장 청장과 한국형 헬기 사업단 A단장, B팀장 등 방사청 관계자 3명을 대검찰청에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수사의뢰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사건은 현재 KAI의 원가 부풀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에 배당돼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엔진 결빙 등 문제와 관련해 감사원이 6월 하순 수사의뢰를 해온 것은 맞다"라면서도 "혐의 등 수사 진행 사항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방사청이 수리온에서 치명적 결함인 엔진 결빙 문제와 기체 설계 하자가 발견됐고 비행성능 인증도 충족하지 못했지만, 이들 문제 해결을 뒤로 미루고 전력화를 강행했다면서 업무상 배임 의혹이 있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방사청은 2015년 수리온이 세 차례나 엔진 이상으로 추락하거나 비상착륙한 사고를 계기로 미국 기관에 성능 실험을 의뢰했다. 지난해 3월 나온 결과상으로 엔진 공기 흡입구 등에 허용량 이상의 결빙 현상이 생기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확인됐다.

그러나 방사청은 작년 10월 수리온 제작사인 KAI가 2018년 6월까지 결빙 문제를 보완하겠다는 계획안을 제출하자 노후 헬기 도태에 따른 전력 공백 등 문제를 들어 KAI의 계획안을 수용하고 납품을 재개하도록 승인했다고 감사원은 파악했다.

항공 안전에 치명적인 엔진 결빙과 설계상 결함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양산 및 전력화가 모두 완료되고 나서 추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KAI의 입장을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비행성능 인증도 부적정하게 이뤄졌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따라서 검찰 수사는 우선 장 청장 등 방사청 간부들의 이 같은 결정 자체에 문제가 있었는지, 만일 그렇다면 정책적 과오 수준을 넘어서 형법이 정한 업무상 배임죄를 물을 수 있을 정도에 이르는지를 가리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장 전 청장 등의 판단이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향후 검찰은 무리한 수리온 전력화 배경에 '보이지 않는 손'인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로 뻗어 나갈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방산업계에서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민간 전문가'로 파격 발탁된 장 청장의 역할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1974년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장 청장은 박 전 대통령과 같은 과 동기동창으로 연구실에서 도시락을 함께 먹을 정도로 학창 시절 가깝게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수리온 전력화 문제는 국방 당국의 해명처럼 노후 헬기 도태에 따른 전력 공백 해소 등 다층적인 정책적 고려 사항이 있는 만큼 방사청이 노골적으로 KAI 사업을 보호하려고 했다는 물증이 포착되지 않는다면 업무상 배임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대법원 판례상 업무상 배임죄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고 그러한 행위로 인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가 이를 취득하게 해 재산상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한다. 이때 재산상 손해에는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손해 발생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 다만, 이는 구체적·현실적인 위험이 야기된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막연한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업무상 배임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책 결정의 과정의 문제가 강한 만큼 형사적 책임을 입증하는 단계로 가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수리온 전력화 문제 의혹보다는 원가 부풀리기를 중심으로 한 KAI 수사가 검찰 수사의 핵심 줄기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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