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올스타전 치른' 이승엽 "전성기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
"아들과 시구 행사 정말 감사…후반기에는 다시 최선"
(대구=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현역 마지막 올스타전을 마친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은 "행복하다"고 했다.
아쉽고 서운한 감정보다 '행복감'이 앞섰다.
이승엽은 "전성기였던 2000년대 초반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는 말까지 했다.
1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올스타전은 이승엽을 위한 무대였다.
본 경기에서는 5타수 1안타 1타점의 아쉬운 성적을 남겼지만, 아들 은혁(13), 은준(7) 군과 시구 행사를 하고 KBO 올스타전 최초로 단독 사인회도 열었다.
구본능 총재로부터 헌정 유니폼을 받기도 했다.
한국 야구의 자산, 이승엽의 마지막 올스타전을 기념하고자 모두가 뜻을 모은 결과다.
경기 뒤 만난 이승엽은 "전광판에 영상이 나오고, 구 총재님께 유니폼을 받을 때 울컥했다. 마침 팀(드림 올스타)이 승리해 시상식에도 참여했는데 팬들께서 내 이름을 연호해주셨다. 정말 영광이다. 팬들께 꼭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날 이승엽은 두 아들과 더그아웃에서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 뒤에는 그라운드에 나란히 앉아 불꽃축제를 지켜봤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시구부터, 마지막 행사까지 세 부자는 꼭 붙어 있었다.
이승엽은 "시구를 한 은혁이는 '제구가 안 좋았다'고 아쉬워하고, 시타를 한 은준이는 '공을 못 쳤다'고 서운해 하더라. 내가 보기엔 둘 다 잘했다"고 크게 웃으며 "두 아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어 정말 기쁘다. 평생 한 번도 얻지 못할 기회 아닌가. 정말 행복했다"고 했다.
이어 "은혁이는 야구를 시작하기에는 다소 늦었고, 은준이는 정말 자신이 원한다면 만류하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올스타전 홈런에 대한 아쉬움도 쉽게 털어냈다. 이승엽은 "경기 초반에는 투수들이 좋은 공을 줬는데 내가 못 쳤고 경기가 이어질수록 투수들이 쉬운 공을 주지 않더라"고 웃으며 "홈런 스윙을 해봤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를 한 번도 받지 못한 건, 어쩔 수 없다. 내 능력이 여기까지다"라고 편한 표정으로 말했다.
올스타전은 이승엽에게 다시 한 번 행복감을 느끼게 한 계기였다. 이승엽은 "2000년대 초반에는 야구를 잘해서 행복했다. 지금은 박수를 받으면서 떠날 수 있어 더 행복하다"며 "이번 올스타전에서도 정말 행복했다"고 했다.
축제는 끝났다. 이승엽은 다시 '마지막 전쟁'을 준비한다.
이승엽은 "후반기에 팀이 56경기를 치른다. 1천852경기를 뛴 나에게는 정말 짧은 여정이다"라며 "후회 없이 그라운드를 떠나려면 짧은 기간 안에 팀과 팬들께 많은 걸 보여드려야 한다. 후회 없이 시즌, 내 선수 시절을 마무리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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