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째 수장없는 헌법재판소의 제헌절…'김이수 실종사건'

입력 2017-07-16 08:55
반년째 수장없는 헌법재판소의 제헌절…'김이수 실종사건'

김이수 후보자 지명 두달째…내년 개헌논의 때 입지걱정 시각도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청사 3층의 소장 집무실은 현재 6개월째 텅 비어있는 상태다. 전임 박한철(64·사법연수원 13기) 소장이 1월 말 퇴임한 이후 아직 새 주인이 입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 전 소장이 지내던 삼청동 소장 공관 역시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마쳤지만 빈집으로 남아 있다. 그가 타던 검정 에쿠스 리무진도 청사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멈춰서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에 명절이나 다름없는 제헌절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헌재 내부는 소장 장기 공백으로 표정이 그리 밝지 못하다.

5월 19일 소장으로 지명된 김이수(64·9기) 현 소장 권한대행 인선 절차가 두 달째 마무리되지 않으며 '김이수 실종 사건'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의 정쟁으로 헌재소장 인선 절차가 뒷전으로 밀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 윤영철 소장의 후임으로 전효숙 재판관이 지명됐으나 절차 문제로 논란 끝에 사퇴하며 소장 자리는 128일 동안 공석이 됐다.

2013년에도 이동흡 재판관이 후임 소장으로 지명됐으나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으로 낙마해 박 전 소장이 임명되기까지 80일간 권한대행 체제가 이어졌다. 그때마다 소장이나 재판관 공석을 막는 제도 신설 논의가 있었으나 번번이 흐지부지됐다.



헌재 내부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계기로 헌재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국민적 관심도 높아진 만큼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으나 오히려 소장 공백기는 더욱 길어진 상태다.

물론 김이수 후보자가 현재 소장 권한대행을 수행하는 만큼 실질적인 업무에 큰 차질은 없지만, 헌재 내부에서는 "정치권이 너무하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전임 박 전 소장도 마지막 재판인 1월 25일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2006년 제4대 헌재소장의 4개월여 공석 이후 3차례 연속 발생하는 사태임에도 후속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10년 이상 방치한 국회와 정치권은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권에서 헌재소장 인선의 우선순위가 밀리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법조계 일각에서는 내년 개헌을 앞둔 헌재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내놓는다. 향후 개헌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헌재는 선거·투표 재판의 이관, 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재판소원) 허용 등을 두고 대법원과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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