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면세점] 애물단지 전락…비리·규제강화에 불확실성 최고조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점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으로 위기에 처한 면세점 업계는 내부적으로도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돼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업계는 사업자 선정과 신규특허 발급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 이후 소위 '멘붕'(멘탈 붕괴, 정신적 혼란) 상태다.
롯데면세점은 2015년 7월과 11월 두 차례 특허 심사에서 점수를 불리하게 받아 탈락했고, 대신 한화갤러리아와 두산이 특허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점 4곳을 신설하는 과정에서도 관세청이 기초자료를 왜곡해 추가 가능한 면세점 수를 1곳에서 4곳으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는 잘못된 심사로 탈락해 막대한 손실을 본 데다 지난해 특허 획득을 둘러싸고 신동빈 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어 이래저래 속이 쓰린 상황이다.
한화갤러리아와 두산은 부정한 로비는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검찰 수사 상황에 따라서는 '피의자' 신분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수사 결과 선정된 업체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것이 확인되면 처벌을 받는 것은 물론 특허가 취소된다.
면세점 업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고 규제 강화될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 사업 불확실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 이후 또다시 추진되는 면세점 특허 제도 변경이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을지도 변수다.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제주공항 면세점 입찰 일정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회에는 면세점도 대형마트와 같이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을 시행하도록 하는 법안 등이 발의돼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면세점 특허수수료율을 현행 매출액 대비 0.05%에서 매출액 규모별 0.1∼1.0%로 최대 20배 인상하는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반면에 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특허 기간 연장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명 '홍종학법'에 따라 면세점 특허 기간이 5년으로 줄면서 부작용이 나타나자 특허 주기를 다시 10년으로 되돌리는 관세법 개정이 이전 정부에서 추진됐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야심 차게 출발한 신규 면세점들은 적자 누적으로 영업시간 조정, 매장 축소 등에 나섰다.
면세점사업 적자로 비상 경영 중인 한화갤러리아는 제주공항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했다.
이 회사는 올해 초 임직원들이 연봉과 상여금 일부를 자진반납하기로 했다.
신규 면세점뿐만 아니라 롯데, 신라 등 상위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경영전략회의에서 팀장급 간부사원 및 임원 40여명이 연봉의 10%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면세점 업계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른 매출 감소에 대응해 할인과 쿠폰 지급 등 마케팅 비용을 늘리고 있어 수익성이 크게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최근 소폭 회복되는 등 우려에 비해 괜찮다는 시선도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며 "대규모 할인 등으로 면세점들의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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