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남부 산불 계속 '활활'…시칠리아·사르데냐 등서 대피 행렬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남부 곳곳에서 산불이 계속 이어지면서 남부 시칠리아 섬과 사르데냐 섬을 중심으로 수 천명의 주민과 관광객이 대피하는 등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14일 이탈리아 뉴스통신 ANSA에 따르면 이날도 남부를 중심으로 20여 건의 산불 신고가 접수돼 소방 당국이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
시칠리아 섬 남서부 해안 도시 시아카에서는 산불이 도심까지 번져 수 십 가구가 집을 버리고 몸을 피했다. 또, 학교 건물 1곳도 불길이 다가옴에 따라 폐쇄됐다.
시칠리아 섬에서는 앞서 지난 13일 산불이 해변 휴양지까지 위협하며 서부 해안 도시 트라파니 인근 리조트의 투숙객 약 700명이 어선 등에 올라타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사르데냐 섬의 북부 해안 갈루라에서는 이날 산불로 인해 약 1천명의 주민과 관광객이 피신했고, 중부 토스카나 주의 인기 휴양지 마렘마 지역에서도 큰불이 나 진화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전날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칼라브리아 지역에서는 쓰레기 더미에서 시작된 화재로 이날도 수 십 가구가 대피했다.
수 일째 삼림을 태우며 발생한 연기로 화산 폭발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는 나폴리 인근 베수비오 화산에는 군대까지 동원돼 진화 작업을 돕고 있다. 덕분에 상황이 다소 나아지긴 했으나 불은 완전히 꺼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 당국은 베수비오 화산의 산불을 비롯한 대다수의 화재가 방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CCTV 등을 분석해 방화범 검거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크레센치오 세페 나폴리 대주교는 방화범을 겨냥, "환경을 파괴하는 사람들에게 신의 분노가 내려질 것"이라고 경고했고, 파브리치오 쿠르치오 시민보호청장은 방화범에 대한 처벌을 높일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탈리아 환경단체인 레감비엔테는 지난 달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산불로 총 2만6천㏊의 면적이 불에 탔다고 밝혔다. 이 같은 규모는 지난 해 내내 산불로 소실된 면적의 약 94%에 맞먹는 것이다. 지난 달 산불로 소실된 면적의 절반에 이르는 1만3천㏊는 시칠리아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전역에서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는 지난 달부터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 탓에 중부와 남부를 중심으로 산불과 화재가 빈발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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