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항공사 맹추격 카타르항공 단교위기로 '날개 꺾여'
지난해 순이익 에미레이트항공 앞질러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아랍에미리트(UAE) 양대 항공사를 맹추격하면서 급성장하던 카타르항공이 단교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급제동이 걸렸다.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사우디아라비아, UAE, 바레인, 이집트 등 4개국이 카타르항공이 자국 영공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항공기 왕래를 차단한 탓이다.
이 봉쇄조치로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 곳은 카타르항공이다.
카타르항공은 UAE의 에미레이트항공, 에티하드항공과 함께 중동 3대 항공사로, 국제적인 노선을 운항하지만 걸프 지역과 직간접으로 연관된 노선이 전체 매출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들 정부가 자국 영공 통과를 금지하면서 유럽, 아프리카와 일부 서아시아 항로가 길어졌다. 그만큼 비행시간도 경쟁사보다 많이 걸린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카타르에 대한 단교에 앞장선 UAE의 항공사들은 강력한 경쟁자의 '날개'가 꺾인 덕분에 반사이익을 보게 된 셈이다.
UAE와 카타르는 정부소유의 항공사와 공항을 빠르게 확장하면서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를 잇는 항공 허브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중동 지역 1위 항공사는 여전히 UAE 두바이 정부가 소유한 에미레이트항공이지만 바로 옆 도하에 본사를 둔 카타르항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지난해 기준 카타르항공을 이용한 승객은 2천670만명으로 에미레이트항공(5천610만명)의 절반 수준이나, UAE 아부다비 정부 소유의 에티하드항공(1천850만명)보다 많다.
보유 항공기 대수는 지난해 말 현재 에미레이츠항공이 269대, 카타르항공이 192대, 에티하드항공이 124대 순이다.
이들 회사의 실적 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32억 달러로 카타르항공의 106억 달러의 배가 넘는다. 그렇지만 에미레이트항공의 매출은 2015년과 비슷해 정체됐지만, 카타르항공은 10% 증가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에미레이트항공이 2억4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83% 감소한 사이 카타르항공은 5억4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22% 급증하면서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 에미레이트항공을 앞질렀다.
영업이익률(8.6%)도 에미레이트항공(2.9%)보다 높다.
에티하드항공은 2015년부터 이미 카타르항공에 매출과 순이익이 모두 역전됐을 정도로 카타르항공의 추격세는 매서웠다.
카타르항공은 외적인 규모뿐 아니라 항공서비스 조사기관 스카이트랙스에서 선정한 세계 최고항공사 1위에 뽑히는 등 서비스 분야에서도 과거 상을 휩쓸던 UAE 항공사를 위협하고 있다.
카타르 정부도 중동의 허브였던 UAE 두바이와 경쟁하기 위해 도하에 160억 달러를 들여 하마드 국제공항을 2014년 개항했다. 지난해 하마드 국제공항 이용승객은 3천700만명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8천400만명(전년 대비 7% 증가)인 두바이 국제공항엔 못 미치지만 성장세는 매우 빠르다.
뜻하지 않은 단교 사태가 터지자 카타르항공은 오히려 미주 노선을 더 늘리겠다고 했으나 난처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단교에 따른 손실이 어느 정도가 될 지는 구체적인 추산치가 나오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아도 미국 항공사들의 견제를 받았던 터라 위기를 헤쳐나가기는 상당히 어려울 전망이다.
아크바르 알바케르 카타르항공 사장은 13일 "카타르에 대한 봉쇄조치를 충분히 견딜 수 있다"면서도 "다른 나라의 '왕따'로 항공편 운항에 추가 비용이 발생해 이익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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