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그럴싸한데…'햇살저축은행' 사칭 보이스피싱

입력 2017-07-16 12:00
이름은 그럴싸한데…'햇살저축은행' 사칭 보이스피싱

대출금·수수료 등 입금 요구…소비자 주의 경보 발령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A(49) 씨는 얼마 전 귀가 솔깃해지는 제안을 받았다.

"햇살저축은행에서 저금리로 돈을 빌려준다"는 것이었다.

이후 "대출을 위한 예치금이 필요하다", "계좌 잔고가 있어야 한다", "신용보증 등록을 해야 한다"는 등의 요구를 받았다.

A 씨는 그때마다 돈을 입금했다. 12차례에 걸쳐 4천720만 원을 보냈다.

약속했던 저금리 대출은 소식이 없었다. 사기범이 보낸 돈을 인출해 잠적한 것이다.





햇살론은 저소득·저신용자를 위한 정책금융 대출이다. 그러나 '햇살저축은행'은 없다.

이처럼 햇살저축은행을 빙자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피해가 최근 늘고 있다고 금융감독원은 16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3∼6월 햇살저축은행 보이스피싱 피해는 773건, 피해액은 11억 원이다.

피해자는 주로 대출 수요가 많은 40∼50대로, 이들이 전체의 약 62%다. 금감원은 사기범들이 회사명과 홈페이지 주소를 계속 바꿔가며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어 금융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소비자 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B(52) 씨는 "고금리 대출 이력이 있으면 저금리 대출로 바꿔준다"는 말에 속았다.



그래서 B씨는 대부업체 돈 900만 원을 빌렸다. 이를 보낸 계좌는 햇살저축은행 사기범의 '대포통장'이었다. '저금리 대출'은 물론 이뤄지지 않았다.

C(29) 씨는 햇살저축은행 대출을 받으려면 수수료 70만 원을 내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수중에 돈이 없었다.

그러자 사기범은 "본사에서 지원해주겠다"며 C 씨의 계좌로 70만 원을 보냈고, C 씨는 이를 찾아 수수료로 보냈다.

C 씨가 받아 보내준 돈은 다른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피해금이었다.

사기범은 햇살론에 자격요건(신용등급 6∼10등급 또는 연 소득 3천500만 원 이하)이 있다는 점도 이용했다.

피해자에게 "햇살론 자격요건에 미달하니 정부기관 공증이 필요하다"며 공증료를 요구했다.

피해자들이 의심하지 않도록 하려고 가짜 홈페이지까지 만들었다.

금감원의 단속을 피해 회사명도 'SC스탠다드저축은행', '보람저축은행', '대림저축은행', '제일저축은행', '우리저축은행', '하나금융그룹' 등으로 계속 바꿔왔다.

금감원은 "대출 권유 전화를 받으면 일단 전화를 끊고 해당 기관의 공식 대표전화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또 "'미소저축은행', '새희망저축은행' 등 정책자금을 취급하는 것처럼 사칭하는 가짜 금융회사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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