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세종 택시요금 내렸다더니…미터기요금 그대로 '시민분통'

입력 2017-07-15 06:05
오송∼세종 택시요금 내렸다더니…미터기요금 그대로 '시민분통'

"KTX 세종역 저지 위한 꼼수 아니었나" 논란

(세종=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미터기 요금대로 받고 있죠. 할인하기로 했다는 얘기는 처음 듣습니다."

지난 14일 청주시 KTX 오송역에서 내려 정부세종청사까지 택시를 타려던 이모(53·여) 씨는 기사에게 "요금을 내리기로 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봤다 도리어 핀잔을 들어야 했다.



행선지가 정부청사 어느 부처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거리상 17km 정도 되니 2만원이 넘을 것이라고 택시기사는 설명했다.

이는 청주시가 앞서 발표한 택시요금 할인 정책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당초 시는 지역 개인·법인 택시업계와 오송역에서 세종청사 구간 택시 운행 요금을 현행 2만360원에서 1만5천640원으로 내리기로 협약하고 지난 2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오송역∼정부세종청사 구간의 순수 택시 운행요금은 1만3천920원이지만, 35%의 지역할증에 20%의 시계할증 등 '이중 할증'이 붙어 2만원이 넘었다.

더구나 서울∼오송 간 KTX 요금(1만8천500원)보다도 비싸 이용객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청주시는 비싼 택시요금이 세종시가 주장하는 KTX 세종역 신설의 근거가 된다고 보고, 세종역 신설 명분 사전차단 차원에서 오송역∼세종청사 택시요금을 3천600원∼7천원 할인해 시행키로 했다.

이를 위해 택시에 요금 인하 조견표를 부착해 미터기 요금이 아닌 조견표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대신 카드 수수료에 대한 간접지원을 확대해 손실을 보전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실제 현장은 시의 공식적인 발표와 달랐다.

기자가 이날 청주시 오송읍 콜택시 업체 5곳에 오송역∼세종청사 구간의 택시요금을 문의한 결과 4곳이 2만∼2만2천원을 제시했다. 나머지 1곳은 3만원 넘게 불렀다.

조견표에 따라 할인해주지 않느냐고 재차 묻자 "그런 건 모른다. 우리는 미터기 요금대로만 받는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KTX 세종역 신설안에 대한 정부의 사전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경제성이 낮다'는 결론이 나오자 청주시의 생각이 바뀐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한다.

세종시민 이모(43·어진동) 씨는 "충북도와 청주시가 KTX 세종역 신설을 막겠다고 오송역에서 가는 택시비를 깎아준다고 하더니 무산되니까 슬쩍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것 같다"며 "당초 택시업계랑 합의도 없이 서둘러 정책만 발표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세종시 관계자는 "청주지역 택시기사들이 공공연히 그런 얘기를 한다고 들었다"며 "세종시는 단속 권한이 없어 행정처분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제도를 시행한 지 얼마 안 돼 다소 혼란스러운 점이 있는 것 같다"며 "택시업계를 상대로 지도와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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