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매출 늘어도 가계는 '한숨'…"노동소득 비중 줄었다"
LG경제硏 "노동소득분배율 21년 사이 5.5%p 하락"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우리나라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 비중이 1990년대 초반보다 눈에 띄게 작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15일 LG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한국의 소득주도 성장 여건과 정책효과 제고 방안' 보고서를 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 노동소득분배율은 70.93%로 1993년보다 5.54% 포인트(p) 떨어졌다.
노동소득분배율은 생산활동으로 발생한 국민소득에서 노동의 대가로 분배된 소득 비중을 가리킨다.
LG경제연구원 통계는 임금근로자뿐 아니라 자영업자가 노동으로 번 소득까지 고려했다.
노동소득분배율을 산업별로 구분하면 광업이 35.6%로 21년 전보다 15.2%p 떨어졌다.
또 제조업(46.8%)이 7.93%p, 금융·보험(52.4%)이 10.47%p 각각 하락했고 도소매·음식(55.5%)도 6.84%p 떨어졌다.
보고서는 "제조업이 전체 노동소득분배율 저하를 주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제조업은 원래 노동소득분배율이 낮은 데다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이 20여 년 사이 커졌다.
세계적으로 기술 진보, 세계화, 기업 집중화 현상 등이 노동소득분배율을 낮춘 요인으로 꼽힌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3∼2014년 광업·제조업 조사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산업집중도 심화가 노동소득분배율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 전자, 철강 등 산업별로 상위 4대 기업의 매출 비중이 1%p 높아지면 노동소득분배율은 평균 0.21%p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산업별로 상위 25대 기업의 매출 비중이 1%p 확대될 경우 노동소득분배율은 평균 0.27%p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통 규모가 큰 기업들은 생산활동에 자본을 많이 투입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상위 기업의 비중이 커지면 노동소득분배율은 떨어지는 것이다.
보고서는 "수출 중심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세계화와 경쟁 확대로 규모의 경제가 중요해지면서 자본투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시장을 차지하는 경향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출 호조로 기업매출이 크게 늘더라도 가계에 돌아가는 노동소득은 증가 폭이 작을 수 있다.
최근 호황기를 맞은 반도체 분야가 대표적이다.
반도체는 대규모 장치산업이고 투자에 비해 일자리 창출 효과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문제는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으로 가계의 소득 증가가 부진하면 민간소비와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25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금통위원은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하고 있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에 비해 소비가 저조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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