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 "어느 나라도 北에 영향력 행사할 채널 없어"(종합)

입력 2017-07-14 21:57
러 외무 "어느 나라도 北에 영향력 행사할 채널 없어"(종합)

獨 쾨르버 재단 연설…"한반도 사태 군사적 해결은 재앙"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는 북한에 영향력을 미칠만한 특별한 채널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3일(현지시간) 밝혔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독일 베를린 쾨르버 재단에서 한 연설에서 "북한이 러시아의 가까운 이웃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북한과 아무런 특별한 채널도 없다"면서 "북한의 새 지도자(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가 만든 관례를 볼 때 어떤 나라도 북한에 영향력을 미칠 채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물론 중국도 미국 등이 생각하는 것처럼 북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라브로프는 "우리는 북한의 도발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면서 동시에 "한반도에서 한국과 미국이 군사 활동 강화를 자제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북한과 한·미 모두에 긴장 완화를 위한 자제를 호소한 것이다.

그는 "한반도 긴장 완화 방안을 찾고 이 위험한 라인(대치 국면)에서 조금 물러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모두가 좀 진정한 뒤 협상 테이블에 앉아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북한이 모든 (핵·미사일) 시험을 동결하고 한미가 대규모 훈련을 중단하는 중국의 '쌍중단' 제안을 러시아는 적극 지지한다"고 소개했다.

라브로프는 이어 한반도 사태의 군사적 해결은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다른 사태 전개(무력적 해결 시나리오)는 아주 위험하고 무서운 것"이라면서 "얼마 전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무력 사용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우연이 아니며 이는 실제로 그렇다"고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의 이날 발언은 군사적 대응이나 강경 대북 제재가 아닌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강조해온 러시아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해석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한 지난 4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발표한 성명에서 "대화와 협의만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한 효율적 방안"이라고 강조한바 있다.

양국 외무부도 이날 정상회담 뒤 그동안 중국이 제안해온 '쌍중단'·'쌍궤병행' 구상에 기초한 평화적 한반도 위기 해결책을 담은 공동성명을 내놓았다.

쌍중단은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과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것, 쌍궤병행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체제 구축을 병행 추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쾨르버 재단은 독일 기업인 쿠르트 쾨르버가 독일의 미래사회 형성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1959년 설립한 공익재단으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6일 이 재단 초청으로 현지에서 '한반도 평화구상'에 대한 연설을 한 바 있다.

한편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러시아와 미국이 북한 문제와 관련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하로바는 "우리는 미국 동료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대화는 (양국) 대사관과 러시아 외무부-미 국무부, 북한 문제가 아주 중점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이견에도 불구하고 서로 교감하는 부분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적어도 우리는 현재 대화를 하고 있으며, 사태를 해결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상황의 추가 악화를 막을 수 있는 정치적 결정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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