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빈집 5만채] ② '밑 빠진 독' 12년간 1천200억 쏟아부어도 허사

입력 2017-07-22 11:31
수정 2017-07-22 12:50
[농촌 빈집 5만채] ② '밑 빠진 독' 12년간 1천200억 쏟아부어도 허사

정비한 만큼 새로 생기는 빈집…막연한 기대심리에 안 팔고 방치 사례도

(전국종합=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누군가에게 집은 평생 갈망의 대상이기도, 시세 차익을 통한 축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딘가에서는 남아돌아서 문제다.

농촌에서는 해마다 수천여 채의 빈집이 정비되고, 또 생겨난다.

23일 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국 농촌 빈집은 5만801채.

2011년 5만4천126채, 2012년 5만2천593채, 2013년 4만8천149채로 감소하다 2014년 4만8천901채, 2015년 4만8천685채, 지난해 다시 5만 채 이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농어촌 정비법에서 빈집이란 1년 이상 아무도 거주·사용하지 않은 농어촌 주택이나 건축물을 말한다.

빈집은 지자체 자체사업, 일반 농산어촌 개발사업비 등으로 해마다 수천 채씩 정비된다.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13만6천758채를 정비하는데 1천196억여원이 들어갔다.

올해도 119억원을 들여 5천500여 채를 정비할 계획이다.

농촌 인구 이탈에 빈집은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어도 사라진 만큼 또 늘어난다.

정비사업은 '밑 빠진 독'이 돼가는 모양새다.

막연히 재산 가치 상승을 기대하거나 먼 미래에 귀농을 염두에 두고 빈집을 소유하면서 방치하는 사례도 많아 빈집 정비가 다람쥐 쳇바퀴 도는 형국이다.

농촌 현장에서는 전국 빈집이 5만 채가량이라는 집계도 믿지 못하는 눈치다.

전담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면밀한 실태조사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최근 시·군별 빈집 현황을 조사하면서 동네 이장들을 총동원했다.

조사 결과 전남의 빈집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1만1천154채에 달했다.

이 가운데 4천120채는 활용 가능한 것으로, 7천34동은 철거대상으로 판단했다.

농어촌 정비법은 자진해서 또는 직권으로 빈집을 철거할 수 있도록 했다.

자진 철거를 유도하려고 농어촌 주택개량자금을 우선 지원할 수 있게 하고 빈집 철거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지자체장 직권으로 철거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다만 선출직 지자체장들이 사유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는 철거사업에 과단성을 발휘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정비계획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행정절차, 예산 부담을 가중하는 공고·철거·보상비 등도 지자체의 운신 폭을 좁힌다.



전남도 관계자는 "미관을 크게 해치는 포인트에 있는 소유자 불명 빈집이라도 처리하려고 해봤지만, 기초단체에서 공탁조차 엄두 내지 않는 경우도 겪었다"며 "정비도 정비지만 시급한 것은 빈집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치단체마다 빈집 정보를 데이터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통합적인 관리도 미흡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신품 교육문화정보원이 운영하는 귀농귀촌 종합센터가 제공하는 빈집 정보는 400건에도 못 미친다.

전북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빈집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다 보면 소유자, 구매 또는 임대 희망자 모두 관심이 커져 빈집 처분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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