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자살시도자 = 부도덕자·이기적 불효자' 낙인"

입력 2017-07-16 07:00
"한국인, '자살시도자 = 부도덕자·이기적 불효자' 낙인"

이화여대 안순태 교수 연구팀 논문…"이런 낙인이 자살예방 방해"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자살 시도자에 대해 사람들은 '부도덕한 사람', '이기적인 불효자'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인의 자살률은 매우 높은 데 비해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매우 낮은 원인 중 하나는 자살 시도자를 향한 이런 '낙인'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1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하는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근호에 실린 '자살 시도자를 향한 사회적 낙인 척도 개발을 위한 탐색적 연구'(이화여대 안순태·이하나)는 자살 시도자에 대해 일반인이 가진 낙인을 7개 차원으로 구분했다.

그중 평균 점수가 가장 높은 차원은 '부도덕성 낙인'(3.93)이었다.

여기에는 자살하는 사람에 대해 '남에게 죄를 짓는 사람이다'(4.06), '잔인한 면이 있다'(4.04), '도덕성이 부족하다'(3.99), '사람의 도리를 모른다'(3.92) 등의 판단 항목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부도덕성 낙인'이 기존의 자살인식 조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며 "한국인에게 자살은 치료와 도움이 필요한 문제보다 도덕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강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로 점수가 높은 차원은 '이기주의 낙인'(3.23)이었다. 세부 항목에서 '불효를 저지르는 사람이다'(3.57), '자기 자신만을 생각한다'(3.19) 등 유교적인 가치관을 드러냈다.

즉 "한국인들에게 자살은 가족이나 주변 사람을 고려하지 않은 개인적인 일탈 행동으로 여겨지며, 자살을 시도한 사람을 향한 이기주의 낙인은 이런 문화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 외에 '집단이나 사회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등의 '사회적 배제 낙인'(3.14)이 있고 '자살하는 사람은 불안정하다', '예민한 면이 있다'는 등의 '기질 낙인'(2.99)이 확인됐다.

또 '자살하는 사람은 무책임하다',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다'라는 인식이 반영된 '무능력 낙인'(2.71)도 있었다.

연구진은 이 세 가지 낙인이 서로 높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미디어가 자살 시도자들을 "현실을 극복하려는 노력과 의지가 부족해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로 묘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자살하는 사람은 아픔이 있는 사람이다'라는 '연민 낙인'(2.66)이나, '자살하는 사람은 결단력이 강하다'는 '찬미 낙인'(2.30)도 일부 나타났다.

연구진은 "세계보건기구(WHO)도 자살 시도자에 대한 낙인이 자살 예방을 방해하는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며 "자살을 개인적 자질과 능력으로 연결하는 잘못된 관점을 개선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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