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다가 죽은 '누의 비극'…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수십에서 수백, 수천, 때로는 수만 마리의 누가 떼를 이루어 아프리카 초원을 이동하는 모습은 동물의 왕국을 비롯한 자연 다큐멘터리에 자주 등장한다. 엄청난 무리가 한꺼번에 이동하는 장면이 장관이지만 이동 중 강을 건너다 체력이 다해 빠져 죽는 누가 상상외로 많은 것도 인상적이다.
풀을 찾아 1천600㎞ 이상을 이동하기도 하는 누떼에서 강을 건너다 익사하는 누의 '비극'이 실은 생태계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미국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누는 탄자니아와 케냐의 국경 지대를 흐르는 마라 강(Mara River)을 무리 지어 건넌다. 2001년부터 15년간 조사한 결과 연평균 6천250마리가 강을 건너는 도중 익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무게는 약 1천100t이나 된다.
연구팀은 누를 해부해 성분을 측정하거나 강 속의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부드러운 살과 내장은 2~10주 동안 없어지지만 뼈는 분해하는데 약 7년이 걸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누에게서 유래한 탄소와 질소, 인 등이 장기간에 걸쳐 식물연쇄에 편입돼 악어와 조류, 물고기 등 생물의 식량이 돼 자연계를 풍요롭게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누떼의 도하 장면은 다큐멘터리의 단골 프로그램이지만 프로그램의 배경에는 카메라에 잡히지 않은 생명의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결과는 미국 과학아카데미 저널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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