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류샤오보와 오시츠키…그리고 中공산당과 獨나치정권
(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 끝내 중국 민주화의 빛을 보지 못하고 숨을 거둔 류샤오보(劉曉波)는 80년전 독일 나치정권에 저항하다 병원에서 숨진 카를 폰 오시츠키(Carl von Ossietzky 1889∼1938)와 극적으로 대비된다.
대만 중앙통신은 14일 간암으로 별세한 류샤오보와 독일의 나치정권에 저항한 언론인이자 평화운동가로서 1935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오시츠키의 인생역정을 비교한 기사를 실었다.
그러면서 류샤오보의 해외 이송 치료를 끝내 허용치 않은 중국 공산당에서 독일 나치정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고 주장했다.
오시츠키는 독일의 신문기자, 작가 출신으로 1차대전 기간 반전 운동을 벌이다 돼 반역 및 간첩 혐의로 기소돼 수감됐다 풀려난 뒤 1933년 독일 국회의사당 방화 사건으로 나치정권에 의해 다시 강제연행돼 죽을 때까지 구금됐다.
193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수감 상태에서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아돌프 히틀러는 그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을 독일인에 대한 모독으로 비난했고 독일인의 노벨상 수상을 금지한다는 명령까지 내렸다.
오시츠키는 결국 1938년 5월 강제수용소에서 결핵으로 사망했다.
노벨평화상의 116년 역사에서 수상자가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사례는 오시츠키와 류샤오보 두 명 뿐이었다.
류샤오보는 중국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08헌장' 선언을 계기로 2009년 국가전복선동죄로 11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던 중 2010년 중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지난 5월 말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류샤오보가 가석방돼 교도소 밖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국제 인권단체들은 오시츠키의 사례를 들어 중국 공산당이 결국 류샤오보의 국외 이송 치료를 허용치 않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류샤오보 사망 후 인터넷에는 류샤오보와 오시츠키를 대비한 사진이 오르며 중국 공산당과 나치 정권의 행태를 대비시키고 있다.
통신은 나치정권은 결국 병원에서 치료 중이던 오시츠키에게 이듬해 노벨평화상을 전달했지만 중국 당국은 류샤오보에게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다며 나치정권보다 더하다고 비판했다.
통신은 이와 함께 류샤오보 사망이 중국 지도부가 주창하는 중궈멍(中國夢·중국의 꿈)이 민주, 자유, 평등, 공정, 법치 등 세계 보편적 가치관과 유리돼 있음을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톈안먼(天安門) 사건 보도로 퓰리처상을 받은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NYT) 기자는 앞서 한 컬럼에서 "류샤오보는 우리 시대의 넬슨 만델라"라며 "류샤오보가 다른 이들의 자유를 위해 대신 고통받았다"고 전했다.
다만 만델라는 일생 동안의 옥중 투쟁을 거쳐 결국에는 대통령으로 선출돼 남아공의 민주화를 완성했지만 류샤오보가 처한 국가체계와 국제환경은 아직 이를 허용치 않고 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joo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