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동영상 사이트들, 외국TV프로그램 대거삭제…'통제강화' 조치

입력 2017-07-14 14:22
中동영상 사이트들, 외국TV프로그램 대거삭제…'통제강화' 조치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중국 유명 동영상 공유 사이트들이 최근 외국 TV프로그램을 대거 삭제하고 나서 주목된다.

이들 사이트는 중국 당국의 지시를 받고 이같이 조처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 정부가 자국 이동통신사들에 대해 해외인터넷 우회접속 프로그램인 가상사설망(VPN) 접속 차단을 지시한 것과 관련된 것으로, 인터넷은 물론 TV 영상물에도 통제를 강화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14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대형 동영상사이트 빌리빌리(Bilibili)는 12일 영국 TV 시트콤 'IT 크라우드(The IT Crowd)' 등 미국·영국·태국에서 제작된 TV 프로그램 대부분을 삭제했다.

1억5천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빌리빌리는 웹사이트에서 '미국 드라마' 등 외국 카테고리도 없앴다.

또다른 유명 동영상 사이트 AC펀(ACFUN)도 외국영화와 TV 프로그램 대부분을 삭제했다.

빌리빌리는 동영상 공유사이트들이 일부 프로그램에 대해 규정을 지켰는지를 검토하고 있어 제공할 수 없다고 설명하면서도 어떤 프로그램이 검토 대상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고객 서비스 담당자는 동영상들이 저작권 문제 때문에 삭제됐다며 향후 다시 제공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는 해명도 했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은 외국 프로그램 삭제가 인터넷 정화를 위한 중국 당국의 단속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누리꾼은 소셜 미디어에 게시한 글에서 "그들(당국)이 VPN 제공업체를 폐쇄하더니 지금 빌리빌리와 AC펀에서 외국 TV 프로그램을 제거했다"며 "가장 절망적 시기"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당국이 인터넷 시대에 중국을 외부 세계와 격리하기를 원한다며 "청(淸) 왕조가 복귀했다"고 비판했다.

중국 당국은 최근 연예인의 가십성 기사를 다루는 엔터테인먼트 뉴스 계정들을 폐쇄한 데 이어 인터넷 감시시스템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을 우회해 구글·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 등에 접속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VPN)을 차단하는 등 인터넷 단속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 콘텐츠를 검열하는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은 이달 초 관영 CCTV와 지역 위성 방송에 성(省)급 위성방송사에 건군 90주년과 제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사극과 청춘드라마를 방영하지 말고 황금 시간대에 당 선전용 드라마를 방영하도록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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