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환경운동가 1주일에 4명꼴로 살해당해"…사상 최대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전 세계 곳곳에서 자연환경 등을 보호하려고 애쓰다 피살된 환경운동가들이 지난해 200여 명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매주 거의 4명꼴로 목숨을 잃은 셈이다. 이는 5년 전보다 무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이기도 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일(현지시간) 영국에 본부를 둔 부패 감시 비정부기구(NGO) '글로벌 위트니스(GW)'를 인용, 전 세계에서 토지와 천연자원, 야생동물을 보호하려던 환경운동가를 비롯해 야생동물 보호 관리원, 원주민 지도자 등이 이처럼 무차별적으로 피살됐다고 보도했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도 지난 5개월 동안 목숨을 잃은 환경운동가는 98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환경운동가 등은 대부분 광산이나 댐, 불법 벌목장, 기업식 농장 등 산간벽지의 삼림과 마을에서 변을 당했다.
지난해 광산 및 유전 개발에 반대하다 숨진 환경운동가는 모두 33명이었다.
벌목에 반대하다 목숨을 잃은 환경운동가는 23명이었다.
국가별로는 브라질에서 살해된 환경운동가가 4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주로 아마존 강 일대에서 활동하다 변을 당했다.
멕시코에서는 지난 1월 원주민 지도자로 벌목에 반대했던 이시드로 발데네그로 로페스가 목숨을 잃었다.
브라질·멕시코를 비롯해 콜롬비아, 온두라스 등 중남미가 전반적으로 환경운동가들에게는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부각됐다.
이들 환경운동가를 죽음으로 몰아간 사람은 주로 기업이나 주 정부에 고용돼 활동했다.
폭력을 휘둘렀지만 체포되거나 신원이 드러난 경우는 거의 없다.
환경운동가들은 해당국 정부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은 해당국 정부가 종종 이런 폭력 사건에 연루돼있다고 이들은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보호를 둘러싸고 개발자와 환경운동가들의 충돌 사례가 증가하고 있고 그 격렬함도 더해가고 있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5년 동안 전 세계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저항을 연구해 온 영국 카스경영대학원 바비 배너지 연구원은 "공개된 환경운동가들의 피살 사례는 극히 일부"라며 "실제로는 3배쯤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화 탓에 전 세계적으로 개발자와 환경운동가 사이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며 "자본주의는 과격하며 글로벌 기업들은 가난한 나라의 땅과 천연자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너지 연구원은 "가난한 나라는 부패가 만연해 있고 환경 관련 법규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며 기업과 정부는 한 데 어울려 환경운동가 등을 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 인권·환경 특별조사위원 존 녹스는 "환경운동가를 보호하지 않는 국가는 법을 존중하지 않는다"며 "전 세계 곳곳에서 환경운동가들이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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