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렉시트 이혼합의금' 책임 첫 공식 시인
애너레이 부장관 의회진술…"협상결렬 막기 위한 자구책"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유럽연합(EU) 탈퇴를 앞둔 영국이 EU가 요구하는 천문학적인 '이혼합의금'에 대한 책임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이는 다음 주 초 EU와의 두 번째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앞두고 협상의 결렬을 뜻하는 '노 딜'(No deal)' 사태를 막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1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조이스 애너레이 영국 브렉시트부 부장관은 최근 의회에 보낸 서면진술서에서 영국이 EU가 요구한 이혼합의금을 부담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시인했다.
애너레이 부장관은 서면진술서에서 재정기여금 문제와 관련, 영국과 EU는 영국의 권리와 탈퇴회원국으로서의 의무에 대한 공정한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영국 정부는 영국이 EU에 대한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중략) 이는 해결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가 재정기여금 문제에서 EU에 대한 영국의 의무를 언급하며 그동안 지급을 거부했던 이혼합의금에 대한 책임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한 것이다.
영국은 지난달 19일 브렉시트 협상 개시 이후 EU가 요구하는 천문학적인 이혼합의금이 탈퇴에 대한 보복이라며 지급을 강하게 거부해왔다.
하지만 이혼합의금을 둘러싼 양측의 의견 때문에 다른 주요 이슈들이 논의되지 않은 채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영국이 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며 한 발짝 물러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혼합의금이란 EU 회원국 분담금 등 영국이 EU를 떠나면 정산해야 하는 돈으로, EU 측은 영국에 최대 1천억 유로(약 130조원)를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레이 부장관의 진술서는 EU 측에는 브렉시트 협상과 관련한 중요한 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EU 측은 영국의 책임 인정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이전 언급했던 "특정하지 않은 의무에 대한 공정한 합의"로부터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브렉시트 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한 EU 외교관은 FT에 "이번 영국 진술서는 이전보다 앞으로 나아갔다"며 "다음 주 (17일 협상에서 예고됐던) 전기 충격을 막을 수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양측이 재정기여금 문제에서 조금이라도 진척을 보지 못했더라면 진짜 큰 문제가 됐을 판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영국 측 협상대표를 맡은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고 FT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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