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산 석유 쿠바 수출 13% 감소…쿠바, 에너지난 가중
상반기 하루평균 7만여 배럴 보내…쿠바, 배급제·수입선 다변화 모색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올해 상반기 베네수엘라가 쿠바에 대한 석유 수출 물량을 약 13% 줄이면서 쿠바의 에너지 부족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 기업 PDVSA의 내부 자료에 따르면 PDVSA는 올해 상반기에 작년 동기보다 약 13% 줄어든 하루 평균 7만2천350배럴의 원유와 정제유 등을 쿠바로 보냈다.
품목별로 원유 공급량은 하루 평균 4만2천310배럴로 21% 감소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감소한 원유 공급량을 보충하려고 정제유를 더 보냈다. 하지만 올해 들어 6개월간 쿠바에 공급된 정제유는 하루 평균 3만40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소폭 감소에 그쳤다.
베네수엘라는 2015년 상반기에 하루 평균 10만3천226배럴의 석유를 쿠바로 보냈다.
쿠바 에너지 분야의 전문가인 텍사스대학의 호르헤 피논은 "쿠바가 더 심각한 에너지 배급제를 피하려면 베네수엘라로부터 최소한 하루평균 7만 배럴의 석유가 필요하다"면서 "베네수엘라로부터 공급받는 석유가 줄어들 경우 관광 수요 증가에 대비하는 쿠바로서는 더 많은 정치·재정적 비용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쿠바 경제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공급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쿠바도 산유국이지만 공장이나 발전소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중질유를 주로 생산한다.
베네수엘라와 쿠바는 2000년에 에너지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에 따라 쿠바가 보건과 교육, 문화, 스포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베네수엘라는 일일 5만3천 배럴의 석유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
쿠바는 동맹국 베네수엘라로부터 원유를 싼값에 공급받아 정제ㆍ가공한 뒤 되팔거나 자체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유가 하락 속에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이 6년 연속 감소하고 있어 쿠바에 대한 석유 공급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쿠바 정부는 지난해부터 공공기관과 국영기업에 대한 에너지 배급량을 28% 줄이고 냉방기와 자동차 사용을 자제하는 등 에너지 절감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가로등과 같은 공공시설의 전기 공급도 50% 줄였다.
올해 3월에는 일부 지역의 주유소에서 일시적으로 휘발유와 디젤이 부족하다는 보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쿠바 정부는 베네수엘라 외에 러시아 등으로 석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쿠바는 미국의 강력한 경제봉쇄 조치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최대 원조국인 소련의 붕괴로 1990년대에 에너지 배급제를 시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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