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상회담 13일만의 美 'FTA 청구서'에 "당당히 임할 것"

입력 2017-07-13 18:51
靑, 정상회담 13일만의 美 'FTA 청구서'에 "당당히 임할 것"

"정부조직법 국회계류로 통상수장 없어 당장 특별공동위 못 열어"

"공동위서 美측 주장 조목조목 반박할 것"…개정협상 돌입 않는 게 목표

"정상회담서 개정논의 없어…美무역불균형 제기에 文대통령 '따져보자' 제안"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박경준 기자 = 청와대는 13일 미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시작하자고 공식 요구한 데 대해 "담담하고 당당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 측이 그간 한미 FTA 개정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표출해온 터라 이를 충분히 예견하고 대비해왔다는 기류로 읽힌다.

청와대는 미 측이 개정 협상을 공식 통보해온 만큼 관련 절차에 따라 조만간 한미 특별공동위원회를 열어 미국의 주장과 달리 한미 FTA가 충분히 호혜적이어서 개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회의 결과에 따라 미 측의 불만 사항을 고려한 일부 수정 가능성은 상존하며, 전면적인 개정 협상으로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 정상회담 13일 만의 'FTA 청구서'…靑 "지금 공동위 열 상황 안돼" =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 단계에서 우리 정부 입장은 담담히 받아들이고 미 측 요구가 있으면 테이블에 앉아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측이 가진 한미 FTA에 대한 불만이 과연 개정협상으로까지 가야 할 사안인지 양국이 무릎을 맞대고 앉아 꼼꼼히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 청와대는 미 측의 요구가 '재협상'을 기정사실로 한 것처럼 비치는 데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개정협상은 양국의 합의로만 가능하며 이를 따져보기 위해 그 전 단계로 특별공동위를 열기 때문이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기존 협상을 완전히 깡그리 갈아엎고 새로 협상하는 의미가 있는 재협상은 지금 상황에서의 통상법적 용어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물리적으로 특별공동위를 개최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별공동위 우리 측 의장이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른 통상교섭본부장인데 개정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논의 당사자가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한미 FTA 협정의 한쪽 당사자가 특별공동위 개최를 요구하면 '양국이 달리 합의하지 않는 한' 상대측은 30일 이내에 응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통상교섭본부장이 임명되면 공동위를 열자는 식으로 미 측에 양해를 구할 방침이다.

국내 사정에도 미 측이 지난달 30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하지 않았던 의제인 FTA 개정 문제를 불과 13일 만에 통보해온 점에 대해서는 다소 당혹스런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별공동위가 언제 어디서 열릴지, 어떤 내용을 다룰지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 "한미 FTA는 호혜적…美측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 = 특별공동위가 열리면 우리 측은 미 측의 협정 개정 논리를 각개 격파한다는 방침이다.

다시 말해 특별공동위 활동을 통해 미 측의 '한미 FTA로 인한 무역불균형'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해 개정 협상으로까지 가지 않겠다는 게 당장의 목표인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입장은 한미 FTA가 미 측의 주장대로 무역불균형의 근본원인인지 협정의 효과를 양국이 객관적으로 공동 분석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도 미국 무역적자가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그게 한미 FTA 때문인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며 "FTA보다는 양국 간 경제 전반적인 구조에서 오는 문제로 학계에서는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 측 서한에도 관심 분야에 대한 얘기가 없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에 자동차나 철강에 관심이 있다고 말한 만큼 그에 대한 우리의 논리와 상황을 설명할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며 "우리의 요구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입장은 자명하다. 한미 FTA가 호혜적인 효과를 가져왔고 특히 협정이 직접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를 형성하는 데 원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를 특별공동위에서 따져볼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수입규제를 위해 무역 효과를 측정하는 평가기관인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2015년 기준으로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를 283억달러로 집계하면서 한미 FTA가 없었다면 무역적자는 440억달러가 됐을 것이라는 미측 통계치도 제시했다.

문 대통령도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미 FTA가 발효된 5년 동안 우리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줄었고, 미국의 한국 수출은 많이 늘었는데 과연 이게 FTA 효과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가중된 것이냐"고 반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맥락에서 특별공동위에서 우리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자동차와 철강을 중심으로 한 반박 논리를 미 측에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는 미 측의 주장에 대해 충분히 해명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또 "자동차의 경우 일종의 공동조사를 통해 미 측 주장의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며, 철강 분야도 미국 측 인식과 달리 한국도 중국의 철강소재와 관련해 피해자라는 입장을 누차 얘기해왔고 특별공동위에서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같이 조사하자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달 29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기내 간담회에서 "우리가 상품교역에서는 흑자를 보고 있지만 반대로 서비스 분야에서는 적자를 보고 있으므로 종합하면 적자 폭은 많이 줄어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개정협상에 들어간다면 미측이 요구하는 게 있을 것이고 우리 측 요구도 있을 것"이라며 "당당히 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 靑 "한미정상회담서 FTA 개정 얘기는 없었다" = 미국이 한미정상회담 13일 만에 FTA 재협상 카드를 꺼낸 것과 관련해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이에 대한 모종의 협의를 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의구심을 청와대는 일축했다.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와 무역불균형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문 대통령은 뭐가 문제인지부터 파악해보자는 식으로 넘어간 것이지, 두 정상이 협정 개정에 합의한 사항은 아니라는 게 청와대의 해명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문 대통령에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문 대통령은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보자"는 선에서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 FTA는 이익균형이 잘 갖춰진 협정"이라고 밝히고 "도대체 문제가 무엇인지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연구하고 조사해보자"고 제의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한미 FTA 문제와 관련해 고위급 협의체를 구성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이지,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한 합의는 결코 없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협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무역 불균형'이나 '뉴딜'을 언급해 실무진에서는 협정 개정 요구로 이해했다"며 "하지만 실제로 FTA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들여다보자고 한 것이지 미 측의 주장에 동의하거나 개정 협상에 대한 얘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그 과정에서 미국이 이해하는 부분과 한국이 이해하는 숫자의 팩트를 가지고 얘기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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