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난민' 위기 덮친 伊, 지중해 난민구조 NGO 옥죄기 착수
NGO-난민 밀입국조직 짬짜미 의혹 속 NGO 행동 수칙 마련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더 나은 삶을 찾아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으로 향해 물밀 듯 밀려드는 난민들을 지중해 상에서 구조하는 데 있어 비정부기구(NGO)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 정부가 이들의 과도한 활동을 막기 위한 행동 수칙을 마련했다.
이탈리아 정부 관계자는 12일 지중해 난민구조 NGO가 지켜야 할 11가지 항목을 담은 행동 수칙 초안이 작성돼 곧 리비아 연안 바로 바깥의 공해 상에서 정기적으로 난민 구조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NGO 9곳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행동 수칙 수용을 거부하는 NGO는 이탈리아 항구로의 접근이 봉쇄된다.
새로 제정된 행동 수칙은 NGO 선박이 전화통화를 하거나 불꽃 등으로 신호를 보내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NGO들이 난민 밀입국업자와 은밀히 소통함으로써 리비아발 난민선의 출발을 부추기고 있다는 일각의 의심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탈리아 검찰은 최근 일부 난민구조 NGO가 더 많은 난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난민 밀입국업자와 공모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아울러 NGO 선박은 난민 틈에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는 난민 밀입국업자를 색출하기 위해 경찰의 승선을 허용해야 한다. NGO 선박이 구조한 난민들을 이탈리아 해안구조대 선박 등 다른 배에 태우는 것도 금지된다.
난민들의 목숨이 명백히 위험에 처한 상황이 아닌 한 NGO 선박의 리비아 수역 진입도 전면 금지된다.
이밖에 리비아 해안경비대의 수색·구조 활동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고, 구조 활동에 소요되는 자금 출처를 공표할 것도 규정하고 있다.
NGO의 활동 반경의 대폭 제한으로 이어질 이 같은 규정이 공개되자 국제 인권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국제앰네스티는 "이 같은 조치는 NGO의 난민 구조 선박이 리비아 인근의 위험 수역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함으로써 수 천 명의 목숨을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2014년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 가운데 NGO가 구조한 난민은 전체의 1%에도 못미쳤으나 올 들어서는 약 10만 명에 달하는 지중해 전체 구조 난민의 약 3분의 1이 NGO에 의해 목숨을 건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약 60만 명의 난민이 쏟아져 들어오며 난민 수용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이탈리아는 이런 상황에서 NGO들의 적극적 구조 활동이 난민 출발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고 NGO 규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탈리아는 작년 3월 유럽연합(EU)과 터키가 맺은 난민 송환 협정 이후 터키를 통해 유럽으로 들어오는 난민 수가 급감한 대신 대다수 난민이 리비아를 떠나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들어오는 지중해 중부 루트로 몰림에 따라 난민의 최대 관문이 됐다.
이탈리아는 EU 다른 나라들이 난민 수용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탓에 난민 부담을 홀로 떠안는 형국이 되자 EU에 난민 위기를 풀기 위한 공동 책임을 압박하고 있으나 아직 이탈리아가 만족할 만한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12일 북서부 도시 트리에스테에서 열린 서발칸 6개국 정상회의에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3국 정상회의를 해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지원을 늘릴 것을 촉구했으나 이들로부터 이탈리아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명시적인 약속은 끌어내지 못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이탈리아는 난민 문제에 있어 훌륭한 역할을 해왔고, 우리는 이탈리아를 지지한다"며 "유럽은 경제 공동체에 한정되는 게 아니라 모든 어려움에 함께 맞서야 한다"고만 언급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도 난민 문제 해결에 우리 역할을 하겠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유럽에 들어오는 사람까지 모두 환영할 수는 없다"고 말해 전쟁이나 정치적 목적이 아닌, 현재 유럽행 난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경제 난민들을 전폭적으로 수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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