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안 통해…어떤 제재든 북한은 피할 방법 찾아"

입력 2017-07-13 17:11
수정 2017-07-13 17:32
"대북제재 안 통해…어떤 제재든 북한은 피할 방법 찾아"

김정은 비자금 관리 '39호실' 출신 탈북자 리정호씨 WP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북한을 굴복시키려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노력은 통하지 않는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에서 30여 년간 일한 탈북자 리정호(59)씨는 13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피할 방법이 너무 많다"며 이런 대북제재 무용론을 펼쳤다.

리씨는 39호실에서 농수산물 수출과 해운을 담당하는 대흥총국의 무역관리국장을 지냈다. 일본과 북한의 무역, 러시아로부터 연료 조달, 중국에 대한 석탄 수출 등을 맡았다.

그는 중국 다롄(大連)에서 대흥총국 지사를 운영하다가 2014년 한국에 망명했으며 지금은 미국 버지니아 주에 산다.

리씨는 "우리는 무역을 하면서 한 번도 제재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타격을 입지 않았다"며 "최전선에서 북한 무역을 이끈 나는 제재를 받곤 했으나 제재로 고통을 느낀 적은 없었으며 제재는 형식적이었다"고 말했다.

다롄에서 북한 남포항으로 가는 배 선장이나 국경을 건너는 기차를 타는 사람에게 돈 가방을 건네 수백만 달러를 쉽게 북한에 보낼 수 있다는 게 리씨의 설명이다.



리씨도 한국에 망명하기 전인 2014년 1∼9월에 이런 식으로 북한에 총 1천만 달러(약 114억 원)를 보냈다고 밝혔다.

어떤 제재가 부과되든 북한은 끊임없이 이를 피해갈 방법을 찾았다고 한다.

리씨는 "북한은 100% 국영기업이어서 회사들은 제재 다음 날 그냥 이름을 바꾼다"며 "제재 대상 목록에 있는 회사 이름과 다른 이름으로 회사 운영을 지속한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에 있는 내 거래처들도 이익을 내고 싶어 제재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며 "중국 정부가 거래 중단을 지시하면 며칠 동안 멈췄다가 다시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에 진짜 타격을 가할 방법을 모르고 주변국도 협력하지 않으면 핵무기 개발에 대한 북한의 태도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게 리씨 의견이다.

리씨는 "중국, 러시아, 미국이 완전하게 대북제재에 협력하지 않는 한 북한에 타격을 주기는 불가능하다"며 "미국과 북한이 고위급 대화를 해야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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