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현 "딸, 제 연예도 연애도 누구보다 응원해줘…늘 고맙죠"
'살림남2'로 제2의 전성기…"'국민책임남'답게 예능도 연기도 열심히"
"3년 후 마흔에 결혼하고 내 집 마련해 딸과 다같이 살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10여 년 전 청춘스타였을 땐 소녀 팬들이 주로 소통 대상이었는데, 요새는 주부님들과 주로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어설프게 집안일 하는 제 모습을 보고 살림 팁도 알려주시고, 응원을 많이 해주세요. 든든하죠."
KBS 2TV 예능 '살림하는 남자들2'에 딸 수빈(17) 양과 출연해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배우 김승현(36)을 최근 서울 논현동에서 만났다. 그는 '요새 바쁜 것 같다'는 인사에 "그동안 한가했으니 바쁠 때가 됐다"며 여유롭게 웃었다.
1997년 잡지 모델로 데뷔해 영화와 드라마뿐만 아니라 음악 방송, 예능까지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김승현은 2003년 기자회견을 통해 3살 난 딸이 있다고 갑작스럽게 고백하면서 많은 것을 잃었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열일곱 숙녀가 된 딸과 함께 방송도 하고, 덕분에 '국민책임남'이라는 별명도 얻었으니 역시 인생은 길게 볼 일이다. 그래도 처음 섭외 요청을 받았을 때만 해도 그는 많이 망설였단다. 역시 딸이 다칠까 봐서다.
"그 전에도 인터뷰 요청 등이 많았지만 아이는 노출하지 않았어요. 어린 학생인데 왜곡된 이미지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받을까 걱정돼서요. 그런데 딸이 성장하면서 오히려 먼저 '아빠가 다시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이제 딸이 저를 챙겨주는 입장이 된 거죠. 뿌듯하기도 하고, 그저 고마워요."
겨우 19살 차이다 보니 방송 속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흡사 친구 사이를 보는 것 같다. 김승현은 '살림남2'를 통해 딸과 처음 해보는 게 많다 보니 어색한 점이 부각되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짧고 굵게'라도 속 깊은 대화를 많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딸과 데이트를 위해 김밥을 싼 것도, 함께 커플티를 입고 놀이공원에 간 것도 다 처음이었다"며 "딸이 저와 함께 다니는 것을 싫어한다기보다는, 주목받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아빠가 너무 젊어 남들이 자꾸 쳐다보니 어색하다고 한다. 나중에 들어보니 친구들한테는 자랑도 한다고 하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딸이 어린 때 바쁘다는 이유로 함께 있어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방송 출연을 결심했다는 김승현은 방송을 통해 딸의 몰랐던 부분에 대해 하나씩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방송에서 딸이 '아빠는 아빠와 엄마가 다 있는데 나는 아빠만 있어서 외톨이 같다'고 했을 때 가슴이 답답하고 미안했어요. 엄마와 따로 만난다는 것도 여태 몰랐거든요. 저는 아이 엄마랑 연락을 거의 안 하는 상황이라…. 아무튼 그날 오리백숙 먹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카메라 밖에서의 딸은 훨씬 어른스럽다는 게 김승현의 설명이다. 딸은 아빠의 연애와 결혼도 누구보다 응원해주는 사람이다.
"미혼부이다 보니 누군가를 새로 만나는 게 조심스럽죠. 또 딸이 당연히 제가 연애하는 것을 싫어할 것으로 생각하고 그동안 교제를 해도 몰래 했거든요. 그러다 한 번은 들킨 적이 있는데, 딸이 '만난다고 얘기해도 된다'고 해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했어요. 딸이 '아빠 인생도 자유롭게 즐기면서 좋은 여자 만나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참 고맙죠."
반대로 딸의 연애에 대해 똑같이 너그러울 수 있느냐고 묻자 "깐깐하게 코치한다고 해서 들을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내버려둬도 안 될 것 같아서 중립을 지키려고 한다"며 "다만 성교육은 중요하다고 생각해 시도했는데 이미 다 알고 있더라"고 웃으며 답했다.
딸도 이제 다 컸으니 결혼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콕 집어 "3년 후"라고 밝혔다.
그는 "3년 후면 우리나라 나이로 딱 마흔이에요. 그때 결혼하고 싶어요. 그때까지 집도 마련해서 딸과 다 같이 살고 싶네요. 어떤 집이 갖고 싶으냐고요? 딸과 서로의 개인사를 터치할 수 없는 넓은 거실과 복도가 있는 집요. (웃음)"
방송에서도 공개됐듯 그 날을 위해 김승현은 강남의 한 옥탑방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살고 있다. '살림남2'뿐만 아니라 KBS 2TV 금토드라마 '최고의 한방'에도 출연 중이고, 건강식품업체 청담라이프의 홍보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최고의 한방'에 출연하게 된 뒷이야기도 들려줬다.
"'최고의 한방'을 만드는 몬스터유니온의 대표 서수민 PD가 제가 과거 '뮤직뱅크' MC를 오래 했을 때 조연출이었어요. 그때부터 계속 인연을 쌓아왔는데, 드라마 작품은 같이 해본 적이 없다가 이번에 기회를 얻게 됐어요. 앞으로도 자주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쁩니다. 참, 서 대표가 최근 방구석에서 찾았다며 옛날 뮤직뱅크 입장권을 보내줬는데, 그게 그렇게 재밌더라고요."
'최고의 한방'에서 인기스타 엠제이(차은우 분)의 매니저로 출연 중인 김승현은 큰 역할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젊은 친구들과 현장에서 호흡하니 감회가 새롭고, 좋은 에너지를 얻어 앞으로 더 다양한 작품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저보다 한참 어린 아이돌이나 연기자들을 보면 어렸을 때 제 모습을 보는 것 같고, 차태현 씨나 홍경민 씨 등은 1990년대에 함께 활동했던 분들이기 때문에 편안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금은 예능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김승현의 본업은 역시 배우다. 그는 최근까지도 '길'(2017), '누에치던 방'(2016), '엄마의 남자'(2015) 등 단편영화나 독립영화에 꾸준히 출연했다. 앞으로도 역할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연기하고 싶다고 그는 강조했다.
"책임감 있는 '아빠 배우'로서 살림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는 사람이 될게요. 장기적으로는 배우의 길을 가야죠. 배우로서의 제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은 마다치 않을 생각입니다. 조만간 독립영화와 연극 출연도 예정돼 있으니 지켜봐 주세요."
lis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