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900억원대 손실' 군인공제회 임원 구속영장

입력 2017-07-13 16:49
경찰, '900억원대 손실' 군인공제회 임원 구속영장

공제회 투자 건설사업장 헐값에 지인 회사에 넘겨…회계문서 조작도 지시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회계문서를 조작해 대형 사업장을 헐값에 공매로 넘겨 자신의 지인이 낙찰받게 해 군인공제회에 수백억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이 공제회의 임원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군인공제회 건설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 A 이사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3일 밝혔다.

A 이사는 공제회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진행 중이던 경기도 남양주시 아파트 건설사업이 시공사인 쌍용건설의 법정관리로 위기를 맞자 공제회 직원들에게 이 아파트 사업의 수지표를 조작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그의 지시에 따라 공제회 직원들은 수입을 줄이고 지출을 늘려 해당 사업장을 악성 사업장으로 둔갑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 이사는 이사회에 이 사업장을 공매해야만 투자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보고했고, 결국 이사회는 공매를 의결했다.

해당 사업장의 공매는 애초 1천404억원으로 시작했으나 유찰이 거듭된 끝에 9차 공매에서 중견 건설사인 B사가 475억원에 낙찰받았다. B사 대표는 A 이사와 같은 건설사 출신으로, 예전부터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경찰은 공제회가 이사회에서 보고한 해당 사업장 채권액이 1천404억원이었고, 이를 475억원에 매도해 결과적으로 929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배임 금액 규모는 기준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B사 대표와 공매 절차를 진행한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대한토지신탁의 부장 등 9명에 대해서도 A 이사와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사 결과, 대한토지신탁은 공매를 결정하기 전 반드시 기존 시행사에 통보해야 한다는 신탁계약서를 어기고 엉뚱한 주소로 이행최고장을 보내는 등 시행사가 사업을 재개하는 것을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출금 자금재조달(리파이낸싱)로 원리금을 갚겠다는 시행사 측 의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지어 공매 마지막 날에는 입찰에 참여하고자 공매장을 찾은 기존 시행사 직원을 마감 15분 전에 밖으로 데리고 나가 입찰을 방해하기도 했다. 그 사이 B사는 단독 입찰에 성공했다.

9조원대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는 군인공제회는 잇단 PF 투자손실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전문성 확보 차원에서 건설업계 임원 출신인 A 씨를 이사로 채용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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