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로봇대회 참가하려던 아프간 소녀들 입국 거부에 여론 '부글'
논란 일자 열흘간 한시체류 허용…백악관 "트럼프가 지시"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 로봇 경진대회에 참가하려던 아프가니스탄 소녀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으로 참가가 무산될 뻔 했다.
12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에 사는 10대 여섯 소녀가 16~18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퍼스트 글로벌 챌린지' 로봇 경진대회에 도전하기까지의 과정은 구구절절하다.
주최 측이 이들에게 로봇 제작에 필요한 장비를 보내줬지만 세관에 억류돼 이들은 결국 일상용품으로 로봇을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공을 분류하는 로봇을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그 다음은 비자 발급이 문제였다.
아직도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 대사관이 있는 수도 카불까지 수백마일 거리를 다녀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두번이나 대사관을 찾았지만 비자 발급이 거부돼 결국 대회 참가의 꿈을 포기해야 했다.
아프가니스탄은 반이민 행정명령이 적용되는 이슬람 6개국에 해당하지 않지만 미 국무부는 이들의 비자 신청을 최소 두차례 이상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자 발급 거부 사유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으나 테러 단체가 활동하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이라는 점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다행히 소녀들이 제작한 로봇은 대회에 출품할 수 있게 돼 소녀들은 만약 미국에 못가면 스카이프로 경기를 관람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여섯 소녀의 안타까운 사연이 미국 언론에 소개되고 미국 내 여론이 악화하자 대회 개최 직전 미 국무부는 열흘간만 미국에 체류하는 조건으로 이들의 입국을 허가했다.
이들에게 발급된 허가증은 정확히는 비자가 아닌, 특별한 상황에서만 발급되는 것이다.
백악관 측은 트럼프 대통령 대통령이 나서 이들의 입국을 위해 힘썼다고 홍보했다.
새러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수석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간 소녀팀의 입국 허가를 위해 나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프간 소녀들이 직접 대회에 참가해 자신들이 제작한 로봇이 경쟁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지만 여론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소녀들의 대회 참가가 미국의 탈레반 격퇴 노력 덕에 아프간 여성들의 교육기회가 확대됐다는 것을 알릴 기회인데 오히려 이 기회를 차버렸다는 점에서다.
여성의 교육을 금지한 탈레반과 미군의 교전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아프간 소녀들의 입국 불허가 세계 여성의 권익 확대를 위한 정부의 노력과 성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편 이 로봇 경진대회에는 감비아 팀도 입국 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참가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결과적으로 입국이 허용됐다.
luc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